하반기에는 대내외 경제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는 한편, 저물가에 대한 우려도 일축했다. 또한 지난 4년간의 임기를 보낸 소회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격변의 시대였고 질풍과 노도의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 "가계부채, 성장으로 풀어야"…"물가 목표범위 하회, 정책실패 아니다"
이날 기준금리를 동결한 금융통화위원회 본 회의 직후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김 총재는 "가계부채 자체가 금융안정을 해하고 위기로 발생할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그는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규제를 갖고 있으므로 금융기관 입장에서 봤을 때 금융제도의 불안을 유발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 총재는 가계부채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성장'을 꼽았다.
그는 "부채를 해결하려면 부채 증가속도를 성장이 뛰어넘는 방안과 인플레이션을 일으켜 부채 규모를 낮추는 방안, 긴축을 통해 빚 상환을 독려하는 방안, 정부가 리스트럭쳐링(빚 탕감)을 해주는 방안 등이 있다"면서 "시간이 걸리지만 성장을 통해 문제를 푸는 것이 경제에 주름살을 주지 않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부채 해소를 위해 금리 인상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금리는 통화정책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에 가계부채를 위해서 조정한다는 건 적절치 않다"고 잘라말했다.
대내외 경제 상황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김 총재는 국내 경제 상황에 대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으로 전반적인 경제 활성화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하반기에 어느 정도 좋아지리리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투자부진을 우려하는 목소리와 관련해서는 "최근 설비투자 감소는 지난해 3, 4분기에 전기대비 5% 성장한 것에 따른 것이고 전체 경기를 약화시킨다고 볼 수 있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면서 "미국과 유로지역, 중국 등 전반적으로 세계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하반기 들어서는 문제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물가수준이 물가안정목표 범위(2.5~3.5%)에 못 미치는 상황에 대해 '정책 실패'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부정했다.
그는 "물가안정 목표범위는 3년간의 중기적 시계에서 보는 것"이라며 "지난 1월 발표한 물가전망치를 보면 상반기 1.7% 하반기 2.8%로 현 1.1% 수준은 그리 크게 떨어진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무상보육 등 정책 변수가 물가를 낮췄다고도 언급했다.
◆ "한은, 국민의 중앙은행이지 종사자의 중앙은행 아니다"
이날 금통위 회의는 김 총재가 마지막으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회의였다. 이달 말이면 그는 4년간의 한은 생활을 마무리한다.
그는 이날을 포함해 총 48번 기준금리를 결정했다. 5번의 인상과 3번의 인하가 있었고 이외는 모두 동결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2%까지 낮아진 기준금리를 정상화하기 위해, 취임한 해 하반기부터 0.25%포인트씩 일명 베이비스텝으로 금리를 인상했다.
그러나 물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금리조정 타이밍을 놓쳤다는 '실기'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유로지역 재정위기 등 대외불안이 확산되면서 2011년 6월 3.25%를 끝으로, 기준금리는 인하와 동결을 병행하며 2.50%까지 내려왔다.
경기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가계부채가 불어나며 통화정책 책임론도 불거졌다. 통화정책에 대한 명확한 시그널(신호) 부족으로 시장의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좌측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한다"는 비판이 대표적이다. 한은의 권위와 신뢰가 무너졌다는 얘기도 여기서 비롯된다.
이날 김 총재는 지난 4년간 통화정책 운용에 대해 "옮고 그르다기보다 선택의 문제였다"면서 "중앙은행이 모든 것으로부터 책임이 자유로울 순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김 총재는 재임기간 중 젊은 인재를 등용하고 여성 부총재보를 탄생시키는 등 연공서열을 무너뜨린 파격 인사로 화제를 낳았다. 조사연구 강화와 국제 교류 확대, 인문학적 소양 함양 등을 강조하면서 조직 쇄신에도 공을 들인 것으로 유명하다. 다만 혁신에 따른 피로감과 파격인사로 인한 내부 질서의 붕괴 등은 부작용으로 지적된다.
그는 "후유증이나 부작용을 부정하진 않는다"면서도 "한은으로서는 너무나 당연히 경험해야 할 개혁과제였고 앞으로 이것이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근본적으로 한은은 국민의 중앙은행이지 종사하는 사람의 중앙은행은 아니다"라면서 "국민과 한은의 괴리된 벽을 줄이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향후 계획을 묻자 그는 "그간 해왔던 일을 잘 정리하고자 한다"면서 "가을 학기 때부터는 파트타임으로 강의를 하고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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