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3월 26일, 백령도 근처 해상에서 대한민국 초계함인 천안함이 피격돼 40명이 사망했고 6명이 실종됐다.
3월 30일에는 UDT대원인 한주호 해군준위가 구조 활동 중 실신해 병원으로 후송했으나 숨을 거뒀다.
국립대전현충원에 ‘천안함 46용사’ 묘역과 고 한주호 준위 묘소가 조성되고 유치원 어린이부터 휠체어를 탄 할아버지까지 전국에서 추모의 발길은 끝없이 이어졌었다.
‘천안함 46용사’ 묘역의 표지석에는 ‘이 곳은 2010.3.26 서해안 임무 수행 중 희생된 천안함 46용사가 잠들어 있는 곳입니다’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그 뒤로 천안함 사진과 해군의 상징인 닻이 놓여 있어서 멀리서도 여기가 천안함 46용사 묘역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3년이 흘러 4년으로 접어들고 있는 지금, 아들이 생전에 차던 손목시계를 손에 찬 어머니만이 마흔 여섯 개의 비석을 닦고 있다. 항상 듬직한 모습의 사진 속의 아들은 오늘도 아무 말이 없고 어머니만이 아들의 묘소를 지키고 있다.
천안함 용사의 한 아버지는 과거 “TV에서 가끔 현충원에 안장되는 장면을 볼 때 다른 사람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이렇게 우리 아들이 이곳에 묻히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종전이 아니라 휴전인 지금,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일인 것이다.
‘다만 나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겠지?’라고 외면할 뿐이다. 6ㆍ25전쟁을 겪은 세대는 점점 사라지고 먼 옛날의 이야기로 관심 속에서 멀어지고 있다.
중국 사마병법을 보면 ‘천하수안 망전필위(天下雖安 忘戰必危)’라는 말이 있다.
즉, 천하가 태평하고 평화롭다고 해도 전쟁을 잊고 준비를 게을리 하면 위태롭게 된다는 말이다.
늘 경각심을 갖고 주의를 기울여야 된다는 말로 바로 우리나라의 현실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잊지 않고 기억한다는 것은 위기에 재빨리 대처할 수 있으므로 적어도 화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의 무엇을 기억하고 후세에 전승해야 할까? 바로 보훈정신이다.
보훈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공훈(功勳)에 보답한다는 의미로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에게 물질적으로 보답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분들의 나라사랑정신을 후손들에게 계승ㆍ발전시키는 것을 나타낸다.
사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희생한 분들의 공훈을 기리지 않는다면, 국가에 위협이 다가왔을 때 아무도 목숨을 바쳐 싸우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훈정신이 국민에게 없다면 국가도 없고 국민도 있을 수 없다.
이런 보훈정신을 국민들에게 함양시키는 곳이 국가보훈처이다. 그러나 국가보훈처의 위상은 세계 각국에 비해 약한 편이다.
미국, 캐나다, 호주 3국 모두가 장관급으로 있는 반면 우리는 차관급에 머물고 있다.
또한 예산면에서도 미국은 정부예산의 3.7%, 캐나다는 2%, 호주는 3%를 점유하고 있지만 우리는 1.76%에 머물고 있는 게 현실이다.
조직에 있어서도 1960년대 35개 기관에서, 1990년대 25개 기관으로, 2000년대 24개 기관으로 지속적으로 축소됐다.
이러한 현실은 국민들에게 보훈에 대한 중요성을 떨어뜨리고 국가유공자에게도 홀대하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인 우리나라에서 ‘국가유공자의 희생으로 지킨 대한민국’을 국민 모두가 인식하고 보훈정신과 안보의식을 강화하기 위해 국가보훈처의 위상 강화가 절실하다.
특히, 창설 반세기를 넘어 올해 국가보훈처는 국가유공자에 대한 물질적 보상위주의 사후보훈에서 나라사랑정신 강화를 위한 정신력 강화위주의 선제보훈정책으로 전환했다.
앞으로 국가보훈처가 나라사랑교육 등 애국정신 선양 사업을 추진해 국민 대통합의 기능을 지속적으로 수행해 나갈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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