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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미주 한인사회에서 탈북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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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3-16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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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워싱턴 특파원 홍가온 기자=요즘 워싱턴 지역 한인사회는 탈북자와 관련된 행사와 루머로 시끌시끌하다.

미주 한인들이 탈북자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그 동안 교회를 중심으로 탈북자를 돕기 위한 행사가 계속 이어졌고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자체적으로 단체를 조직해 어려운 처치에 놓여 있는 다른 탈북자들을 돕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04년 미국 의회에서 북한인권법이 제정된 이후 미국 정부가 난민 지위를 주고 수용한 탈북자의 수는 지난 달 현재 164명이다.

미국 국무부 산하 인구난민이주국이 발행하는 난민입국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 입국한 탈북 난민의 수는 2013회계연도(2012년 10월 1일∼2013년 9월 30일)에 17명, 2012년 22명, 2011년 23명, 2010년 8명, 2009년 25명 등이다.

이 같은 수치는 한국을 거치지 않고 북한을 빠져나와 중국이나 태국 등지에서 곧바로 미국에 들어온 경우다.

한국 국적을 갖고 살다가 일반 한인들과 같은 경로를 통해 미국으로 들어온 탈북자 수까지 합치면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내 탈북자 수가 점점 많아지다 보니 탈북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그들을 돕기 위한 온정의 손길도 많아지고 있다.

8일 버지니아에서는 민주평통 워싱턴협의회가 탈북자 구출 자금 마련을 위한 일일 찻집을 열었다.

행사를 통해 마련된 기금은 모두 중국과 태국 등 제3국에서 자유세계로의 탈출을 꿈꾸고 있는 탈북자들을 돕는 데 쓰이게 된다고 한다.

무엇보다 이날 행사에는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많은 한인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했다는 것이 예전에 볼 수 없었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그 동안 교회에서 종종 탈북자를 돕기 위한 행사를 열기도 했지만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평통의 일일 찻집은 미주 한인사회가 탈북자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다시 살필 수 있는 자리가 됐다.

이런 가운데 탈북자와 관련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그동안 뉴욕과 워싱턴을 중심으로 미국 내 곳곳에서 북한인권운동을 벌이던 한 여성 탈북자를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북한 언론매체가 그녀의 과거사를 파헤치는 동영상을 공개해 또다시 구설수에 오르는 일이 벌어졌다.

이 여성 탈북자는 최근 뉴욕의 북한대표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면서 북한 자성남 신임대사에게 북한인권개선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기도 하고 또 시위과정에서 자신의 남편을 북한 당국이 공개처형했다며 '내 남편을 살려내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북한은 이러한 이 여성 탈북자의 시위에 자극을 받았는지 얼마 전 조선중앙TV와 북한의 대외선전홍보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그녀의 과거사를 폭로하는 동영상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북한의 주장은 이 여성 탈북자가 죽었다고 주장하는 남편은 현재 살아 있다는 것으로 직접 전 남편을 찾아가 인터뷰까지 한 모습을 동영상에 담았다.

또한 임수경 의원이 과거 북한을 방문했을 당시 임 의원과 금강산을 같이 올랐다고 이 여성 탈북자는 주장했지만 북한 측은 관계자 인터뷰와 증거자료를 제시하며 모두 거짓말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이 북한 당국이 직접 나서 한 탈북자에 관한 이야기를 직접 다룬 것은 처음 있는 일이기에 그 배경이 무엇인지 주목된다.

물론 이 여성 탈북자는 지역 한인 언론을 통해 이같은 북한의 동영상 내용이 모두가 허위이며 인신공격이자 자신의 반북 활동을 막으려는 범죄 행위라고 주장했다.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이번 북한의 동영상 공개가 탈북자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관심을 갖게 한 것은 맞는 듯싶다.

그동안 미국 뿐만 아니라 캐나다에서도 탈북자 문제가 천천히 사회 이슈화되기 시작했는데 결국 캐나다 정부가 위장 탈북자 난민을 솎아 내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국적을 갖은 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거치지 않았다고 거짓 증언을 한 다음 난민 신청을 한 탈북자들을 가려내 모두 추방시키겠다는 것인데 그 수가 600명이 넘는다고 한다.

미국은 일찌감치 탈북자의 난민 신청을 까다롭게 심사하는 바람에 이를 전해들은 많은 탈북자들이 미국보다는 난민 신청이 비교적 수월한 유럽 등으로 이주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제 탈북자 문제는 더 이상 한반도 안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과 유럽 등 전세계 곳곳으로 퍼져 나가고 있는 탈북자들을 한국 국민으로 생각한다면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무엇인지 강구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따뜻한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탈북자들을 구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다른 나라에서 합법적으로 당당히 사회의 일원으로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절실한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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