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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익기자의 부동산 인더스토리]압구정 초고층 규제는 정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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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3-18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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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압구정 재건축 본격화로 초고층 찬반 논쟁 재점화


아주경제 김창익 기자 =한강변 초고층 논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안전진단 통과를 계기로 압구정 지구 재건축이 본격화 하면서다. 일부 단지에서 초고층 복합개발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장에 도전장을 낸 정몽준 의원이 용산개발 재개 의지를 밝힌 것도 도화선이 됐다.

초고층 논쟁에 불이 붙은 건 현재 한강변에 초고층 건축이 기본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박원순 시장은 작년 ‘한강변 경관관리 계획’을 내놓으면서 한강변 재건축 층고를 35층 이내로 제한했다. 여의도 등 도심 주변부엔 예외적으로 50층 이상 초고층 건축도 가능하지만 압구정 지구처럼 주거지역의 경우 35층 이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계획대로 복합개발을 추진하고 나설 경우 서울시와의 마찰이 불가피해 보인다.

박원순 시장이 한강변 초고층을 제한하고 나선 데엔 두 가지 주요한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오세훈 전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뒤집기로 볼 수 있다. 한강 르네상스는 한강변 재건축을 계기로 한강변에 초고층 랜드마크를 건설해 말그대로 한강변을 시민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재생시키자는 구상이다. 압구정 지구 24개 단지를 통합해 50층 이상의 초고층 주상복합을 짓는 재건축이 이에 따라 추진됐었다.

박 시장은 한강변의 공익성을 살리는 취지는 오 전 시장의 구상을 그대로 계승했다. 하지만 그 실천 방안은 정 반대로 나왔다. 오 전 시장의 르네상스 계획은 대권 가도를 감안한 일종의 기획 사업이다. 박 시장 입장에선 전 시장의 한강변 르네상스를 계승할 경우 정치적으로 얻을 게 별로 없다. 성공하면 치적은 전 시장의 몫이 되는 반면 실패할 경우 원성은 자신의 몫으로 돌아올 게 뻔하기 때문이다. 대권 야욕이 있는 박 시장 입장에선 오 전 시장과의 차별화가 절실했을 것이다.

경제 상황도 초고층 제한에 명분이 됐다. 부동산 시장이 활황세였을 당시 초고층은 시세 상승을 이끌었다. 삼성동 아이파크와 도곡동 타워팰리스 등 강남의 랜드마크급 초고층 주상복합은 평당 1억원을 호가했다. 높은 건축비를 시세 차익으로 감당하고도 남아 재건축 단지들은 앞다퉈 초고층 재건축을 추진했다. 르네상스 계획은 이런 시장 상황 위에서 구상됐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후 상황이 바뀌었다. 시세 하락기 속에서 초고층 건축 계획은 수익성을 담보하기 힘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르네상스 계획이 50층 초고층 허용의 명분으로 30% 가까운 부지의 기부채납을 요구하면서 주민의 거센 반발을 샀다. 대표적으로 초고층 재건축을 추진했던 압구정과 여의도 지구의 재건축이 답보상태가 된 이유다.

박 시장은 초고층을 제한하는 대신 기부채납률을 절반인 15% 수준까지 낮췄다. 오 전 시장의 르네상스 계획을 뒤집으면서도 주민 반발을 피하는 묘수를 찾은 셈이다.

박 시장의 철학도 작용했다. 르네상스 계획이 서울시 주택국의 작품이라면 한강변 관리계획은 도시계획국의 손에서 나왔다. 르네상스 계획을 만든 주택국에 그를 뒤집을 정책을 만들라는 주문을 할 수 없었던 점도 물론 있겠지만 오 전 시장이 한강변 재건축을 주택 공급의 측면에서 봤다면 박 시장은 도시계획적인 틀로 접근했던 것만큼은 사실이다. 관점 자체가 달랐던 것이다.

한강변 경관관리계획의 마스터 플래너인 강병근 건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경관관리 계획은 100년 뒤 서울시의 경관을 고려한 도시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시민의 공익성 회복이란 같은 정책 목표를 향해 오 전 시장과 박 시장이 초고층 종용과 제한이란 상반된 실현 방안을 내세운 것은 초고층이 선이냐 악이냐를 둘러싼 논쟁이 평행선을 달릴 수 밖에 없다는 방증이다. 저마다의 치열한 지지 논리를 갖추고 있다는 말이다.

오 전 시장은 랜드마크 빌딩의 상품성에 주목했고, 건폐율을 줄일 경우 그만큼 녹지공간 확보에 유리하다고 봤다. 반면 박 시장은 주변 산세와 성곽도시로서 갖는 역사성을 살리는데 초고층이 걸림돌이라고 본 것이다.

초고층의 선악에 대한 판단은 내리기 어렵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초고층 논쟁에서 수면 아래 감춰진 정치 논리를 철저히 배제하고 시장 논리로 선악을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건축 조합 입장에서 초고층 재건축이 수익이 담보된다고 판단할 경우 그 것을 규제한다는 게 공익성에 부합한다고 단정할 이유는 찾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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