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신화사>
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 크림반도 주민 95%가 투표에서 러시아 귀속을 찬성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다시 긴장하기 시작했다.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미국 유럽 등 서방국들과 충돌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서방국들이 러시아에 금융ㆍ무역 제재를 가하고 러시아는 천연가스 등 에너지 공급을 중단할 것이란 최악의 시나리오가 벌어진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러시아의 귀속되자는 크림반도 주민투표 결과는 국제사회에 인정되지 않고 있다. 특히 러시아에 금융 제재를 경고했던 미국은 국제법에 위배되는 행동이라고 크게 반발했다. 영국ㆍ프랑스 등 주요 서방국들도 투표 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스미토모 미쓰이은행의 이시바시 마사루 애널리스트는 "크림반도 주민투표는 예상됐다"며 "주요 열쇠는 미국과 유럽이 어떤 제재를 가하고 러시아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이다"고 설명했다.
◆ 투자자 안전자산에 쏠림… 亞 증시↓
불안해진 투자자들은 엔화 등 안전자산에 쏠리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긴장이 고조될수록 투자자들은 위험회피 모드로 전환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상대적으로 안전한다고 생각하는 자산으로 자금을 이동시키는 것이다. 엔화와 유로표시 자산에 대한 자금이동이 증가한다.
17일 엔화 가치는 지난 2월 이후 최고수준으로 올랐다. 엔화는 달러당 101.15엔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뉴욕에서 달러대비 101.33~101.34엔에 거래됐었다. 미국 국채 수익률(10년물)은 지난 주말에 이어 17일도 2.64%를 유지했다. 이날 호주 증시는 한달래 최저치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날 서방보다 시장을 문을 먼저 연 아시아 증시는 하락했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0.5% 떨어졌다. 올해 들어서만 12.4% 하락했다. 홍콩의 항셍지수도 0.3% 떨어졌고 호주의 S&P/ASX200도 0.2% 떨어졌다. 스미토모 미쓰이은행의 이즈카 오사오 FX트레이딩국 국장은 "추후 양측간 군사적 긴장이 강화된다면 위험회피 거래가 주를 이룰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우크라이나 주민투표가 이뤄지기 전날인 14일 금융시장엔 이미 불안감이 확산됐었다. 닛케이지수는 3.3% 하락했었고 S&P500 선물지수는 4.48%나 떨어졌었다. 지난주 S&P500 증시는 1월 이후 주간 최대 하락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반면 지난주 금값은 6개월래 초고치인 온스당 1382달러까지 올랐었다.
◆ 유럽과 경제단절… 러시아 경제도 '고립'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이 천연가스 수입의 25%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어 실물 경제에 미치는 파급이 클 것이라고 전했다. 서방국이 러시아를 제재하면 천연가스와 곡물 등 원자재 시장의 요동이 불가피하다. 서방국이 자산동결을 하면 러시아는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유럽은 지난 2006년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가스공급 협상 실패에 따른 천연가스 공급 중단을 한차례 경험했었다.
또한 서방국의 제재 수위가 높아지면 러시아 경제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러시아 경제 가운데 유럽연합(EU) 수출 규모가 GDP의 15%에 해당한다. 반면 EU의 러시아 수출 비중은 EU 역내 총생산(GDP)의 1% 수준이다. 러시아 은행 및 기업들은 미국과 유럽 은행에 맡겨놓은 현금 수십억 달러를 인출하기도 했다. 미국 은행들도 러시아 채권을 빠르게 팔아치우고 있다. 최대한 러시아 익스포저를 줄이기 위해서다.
크림반도를 둘러싼 갈등으로 인해 올해 들어 러시아 증시가 20%나 폭락했다. 루블화 가치는 사상 최저치로 추락했다. 러시아의 10년 말기 국채 수익률도 9.7%까지 올랐다. 올해 들어 러시아에서 빠져나간 투자자금은 330억달러에 달한다. 서방 재제가 진행되면 이 속도를 더욱 가팔라질 것이 분명하다. 알렉세이 쿠드린 전 러시아 장관은 경제제재가 현실화되면 러시아에서 분기당 500억 달러의 돈이 빠져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하면 추가적인 경제적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경제부담은 5년간 매년 1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글로벌 금융위기 내내 침체됐던 러시아 비즈니스 부문이 서방 제재까지 가세되면 더욱 고립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