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3 자금순환'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자금운용비용에서 자금조달비용을 뺀 자금잉여 규모는 87조원으로 전년(83조4000억원)보다 증가했다.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 규모다.
자금순환표상 가계는 소규모 개인사업자를 포함하며 비영리단체는 가계에 봉사하는 소비자단체와 자선ㆍ구호단체, 종교단체, 노동조합, 학술단체 등 민간비영리단체를 의미한다.
자금잉여 규모가 늘었다는 것은 가계의 여유자금이 그만큼 증가했다는 것을 뜻한다. 이에 대해 한은 경제통계국의 이혜진 자금순환팀 과장은 "소득을 하회하는 소비가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이는 곧 지출이 많이 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자금운용 규모는 147조2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2조6000억원 증가했다. 하지만 결제 및 단기저축성예금이 50조5000억원으로 전년(15조5000억원)보다 대폭 확대된 데 반해 장기저축성예금은 2조원 감소했다.
1년 이상 장기저축성예금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단기자금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이 과장은 이에 대해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금융기관 대출을 의미하는 자금 조달규모도 9조원 늘어난 60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에는 세제혜택이 담겼던 정부의 4.1 부동산대책 발표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비금융법인기업의 경우 지난해 자금부족 규모가 39조7000억원으로 전년 59조8000억원보다 감소했다. 이 과장은 "설비투자 부진 등의 영향으로 자금 부족 규모가 전년보다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자금조달 규모는 111조3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5조원 줄었다. 금융기관 차입 등 간접금융이 증가한 반면 기업어음과 회사채 등 직접금융이 축소된 데 따른 것이다.
한편 지난해 말 현재 가계 및 비영리단체, 기업, 정부 등 경제주체들을 모두 합한 총 금융자산은 전년말 대비 5.1% 증가한 1경2248조원을 기록했다.
자산이 부채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면서, 비금융부문의 금융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금융자산은 1697조7000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97조6000억원 늘어났다.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1.45배로 전년말(1.44배)보다 상승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전년말 2.14배에서 2.16배로 상승했다. 지난해 말 공식적인 가계빚은 1021조3000억원으로 집계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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