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ㆍ배임(혐의)이 발생한 상당수 상장사가 이를 밝히지 않은채 '감사보고서 제출' 공시를 내놓고 있지만, 거래소는 편의주의에만 기대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17일 금감원 관계자는 "투자자가 감사보고서 제출 공시에 있는 횡령ㆍ배임 발생 항목만 본다면 위법 사실이 없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며 "거래소가 이 항목 자체를 편의주의적인 발상에서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상장사 외부감사인은 정기 주주총회 일주일 전에 금감원에 감사보고서를 내야 한다. 감사보고서를 받은 상장사도 마찬가지다. 수령 당일 거래소에 '감사보고서 제출'이라는 이름으로 공시하도록 돼 있다.
문제는 이 공시를 제출할 때 횡령ㆍ배임 사실이 있을 경우 별도 항목에 따로 기재하도록 돼 있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피에스엠씨는 2013년 7월 전직 임원이 횡령 혐의로 구속기소됐다는 사실을 공시한 바 있다.
반면 피엠스엠씨는 이달 3일 내놓은 감사보고서 제출 공시에서 횡령 및 배임 사실을 기재하지 않았다. 해당 회계연도에 횡령 또는 배임이 없었던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 것이다.
SK텔레콤이나 대우건설, 남해화학도 마찬가지다. 감사보고서 제출 공시에서 경영진 횡령ㆍ배임 사실을 누락했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횡령ㆍ 배임이 발생하면 감사보고서 주석에 기재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며 "거래소가 만든 별도 항목에 관련 사실을 넣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감사인은 횡령ㆍ배임 관련비용이 장부에 적절하게 반영됐거나, 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면 감사보고서 제출 공시 별도항목에 따로 적지 않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횡령ㆍ 배임은 상장폐지에 이를 수도 있는 중요사항인 만큼 이처럼 가볍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거래소 관계자는 "상장사 횡령ㆍ 배임은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며 "따로 횡령ㆍ배임 공시를 했다면 감사보고서 제출 공시에서 누락돼도 큰 의미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감사보고서 제출 공시상 횡령ㆍ배임 항목 때문에 투자자가 오해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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