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경제 윤소 기자 = 세종시 도시계획을 맡고 있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 직원들은 요즘 민원 처리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신설 학교를 서로 자기 동네에 세워달라는 민원이 폭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복청은 지난달 17일 세종시내에 6개 초·중학교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자 '우리 아파트 단지 바로 앞에 지어달라'는 민원성 글이 하루 10~20건씩 행복청 홈페이지 신문고에 올라오고 있다.
주민 여럿이 행복청에 직접 찾아와 로비전을 벌이기도 한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찾아와 집 근처에 학교를 지어달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사람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시 고운동에서는 내년 3월 개교하는 온빛초등학교가 조만간 공사를 시작할 예정인데, 일부 주민이 "공사를 하지 말고 학교 위치를 변경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최근 세종시에서는 이처럼 '핌피(PIMFY·Please In My Front Yard)'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핌피 현상이란 이득이 되는 시설을 자기 동네에 유치하려고 애쓰는 것을 말하는 용어로, 쓰레기 소각장 등 기피 시설이 자기 주거지역으로 들어오는 것에 반대하는 님비(NIMBY)와 반대되는 말이다.
민원을 제기하는 주민들은 "아이들 안전을 위해 통학 거리가 짧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속내는 아파트 값을 올려보려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많다. 과거 수도권에 건설한 신도시가 그랬던 것처럼 세종시도 아파트 단지 바로 앞에 학교가 생기면 다른 단지보다 프리미엄이 많이 붙는다. 세종시의 한 부동산 중개사는 "세종시의 아파트가 공급 과잉으로 오름세가 주춤하자 주민들이 '학교 유치'에 더 열성을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행복청 관계자는 "일부 주민은 '행복청 공무원들이 특정 아파트에 분양을 많이 받아 그쪽에 학교를 지으려는 것 아니냐”며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해 허탈하다"며 "집단 이기주의에 밀려 도시계획이 헝클어질까 봐 걱정"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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