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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관행 늪에 빠지다-중] 중소형사 "새 상품 고민 안해… 베끼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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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3-1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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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양종곤ㆍ박정수 기자 = 국내 증권업계에서 '상품 베끼기'는 뿌리 깊게 자리잡은 관행이다. 증권사마다 새 상품이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 대비 큰 효과가 없다고 말한다. 장기적인 업황 악화는 그나마 있던 상품 개발 의지도 꺾고 있다.

그러나 베끼기를 용인하는 것은 경쟁력 없는 상품이 난립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증권사뿐 아니라 투자자까지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금투협으로부터 배타적 사용권(독창적 상품에 주는 특허권)을 획득한 사례는 2009~2013년 5년 동안 총 20건에 그쳤다.

해마다 배타적 사용권 건수는 한 자릿수를 못 넘기고 있다. 2012년 6건까지 늘었다가 이듬해에는 5건으로 다시 줄었다. 올해는 아예 전무하다.

그나마 배타적 사용권은 대형사 독무대다. 한국투자증권이 2009년 이후 4건으로 가장 많았다. 업계 순위 10위권 미만에서는 교보증권(1건)과 신영증권(1건)만이 이름을 올렸다.

증권사는 새 상품 개발에 관심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금투협은 최근 새 상품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기 위해 '신상품 보호제도 관련 설명회'를 열었다. 반면 참석자 호응은 거의 없었다는 전언이다.

당시 설명회에 참석한 금투협 관계자는 "토론회가 아닌 설명회 자리라는 점을 감안해도, 질문이 1건도 없을 만큼 호응도가 낮았다"며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하기 어렵지 않지만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소형사가 대형사 상품을 베끼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대형사 상품이 흥행을 한 뒤에야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 후발주자를 자처한다. 

A증권 관계자는 "증권가 상품이 획일적인 게 사실"이라며 "대형사가 출시한 상품을 상대적으로 열악한 후발업체가 쫓아가는 형태가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B증권 관계자는 "국내외 경제 상황이나 투자자 요구에 맞추다보니 유사한 상품이 많이 나오게 된다"며 "하지만 단일업체가 시장을 형성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공동으로 시장을 만드는 것이 마케팅 면에서 긍정적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업계는 새 상품을 내놔도 반짝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걱정도 한다.

금투협은 배타적 사용권을 침해할 경우 자율규제위원회를 열어 제재할 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제재를 받은 증권사는 지금껏 1곳도 없다.

배타적 사용권을 보장하는 기간도 최장 6개월에 불과하다. 만약 상품이 흥행에 성공할 경우 경쟁사는 이 기간만 기다렸다가 베끼면 그만인 것이다.

C증권 관계자는 "배타적 사용권 기간이 짧은 것도 매력을 떨어뜨리는 큰 이유"라며 "6개월 때문에 개발부서에 인력이나 비용을 투입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가 장기 성과보다는 단기 실적에 집착하는 것도 지속적인 상품개발을 가로막는다. 업계는 연봉체계에서도 인센티브를 비롯, 단기 성과주의가 깊게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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