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외국계 기관투자자는 주주 이익에 반한다고 판단하는 주총 안건에 대해 적극 반대 의견을 내놓으면서 제 목소리를 내고 있어 대조적이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기관투자자가 지난 14일에 내놓은 정기 주총 의결권 행사 공시는 총 302개로 이 가운데 단 1건만이 반대 의견을 포함하고 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을 비롯한 일부 외국계만 현대해상 주주총회 안건 가운데 김호영 씨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데 반대한 것이다.
김 씨는 1987년부터 20여년을 현대해상에서 근무했으며, 최근에는 부사장으로 일했다. 이같은 이력 때문에 사외이사로 독립적인 지위에서 현대해상 경영진을 감시·견제할 수 없다는 것이 트러스톤자산운용 측 판단이다.
트러스톤뿐 아니라 외국계인 HSBC펀드서비스와 베어링자산운용, 메트라이프생명도 김 씨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데 반대했다.
반면 국내업체인 KB금융 산하 KB자산운용은 "의안을 검토한 결과 주주 이익을 훼손하는 내용이 없다"며 현대해상 주총 안건에 대해 모두 찬성했다.
하나금융에 속한 하나UBS자산운용 또한 마찬가지로 찬성표를 냈다.
이지수 경제개혁연구소 변호사는 "외국계와 독립계 운용사는 국내 기업에 대해 합당한 기준을 가지고 반대표를 던진다"며 "그러나 일반적인 국내 기관투자자는 고객인 대기업 눈치를 보는 바람에 제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기업집단이나 금융지주에 속한 기관투자자일수록 의결권 행사에 소극적이라는 얘기다.
실제 삼성전자는 올해 등기이사 보수한도를 1년 만에 100억원을 늘려 일부 주주에게서 불만이 제기됐으나, 40여개 기관투자자가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재벌 상장사에 대해서는 주총에서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영업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며 "특히 국민연금처럼 지분이 많은 것도 아니어서 의결권을 제대로 행사하기가 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현재 삼성전자 지분을 7% 이상 보유하고 있는 데 비해 나머지 40여개 기관투자자가 가진 물량은 모두 합해도 5% 미만이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현대차와 삼성SDI, LG화학, LG하우시스, 삼성중공업를 비롯한 재벌 상장사 주총에서 국내 기관투자자는 모두 거수기 노릇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기관투자자가 보유한 지분이 적은 것은 문제가 안 된다"며 "적은 지분이라도 돈을 맡긴 고객에게 관리자로서 책임을 다하는 차원에서 의결권을 제대로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영진을 제데로 감시하기 위해서는 많은 주주가 발언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며 "국내 기관투자자도 이를 통해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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