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 중국 중부굴기의 핵심 지역인 ‘중국의 배꼽’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은 현재 도시 전체가 공사 중이다. 한때 ‘우한 시내 공사판이 7000개나 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우한 시내 현재 건설 중인 높이 400m 이상의 초고층 건물만 무려 3개. 이중 가장 높은 뤼디(綠地)중심은 총 높이 606m(125층)로 지난 2011년 7월부터 공사에 들어갔다. 오는 2017년 완공되면 중국 대륙에서 상하이 환구금융중심을 뛰어넘는 가장 높은 빌딩으로 기록된다. 현재 우한시에는 9개 지하철 노선도 건설 중이다. 이를 위해 우한시가 하루에 1500만 달러를 지출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나날이 높아지는 우한시 스카이라인, 거미줄 같이 촘촘해지는 지하철 노선망은 우한시 경제 굴기 현주소다.
창장(長江)과 한수이(漢水)강의 합류점에 입지한 우한은 강 줄기를 따라 각각 우창(武昌), 한커우(漢口), 한양(漢陽) 3개 지역으로 나뉜다. 우한은 창장 중상류 지역에 위치해 예로부터 수로 교통이 발달해 상업무역이 번성했다. ‘십리에 걸쳐 돛이 늘어서있고 수만개 가게 등불로 불야성을 이룬다’는 말로 우한을 묘사했을 정도다. 특히 우한은 청조말 양무운동 이래 공업중심지로 집중 육성됐다. 톈진조약에 따라 한커우항이 개방된 이후 외국조계지가 들어서면서 더욱 번영을 구가했다. 중국 최고 철강기업과 군수기업인 한양철강, 한양군수기업이 세워졌으며, 우한은 상하이와 함께 제2 상업금융중심지로 불렸다.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동방의 시카고'로 불렸다. 1911년 10월 신해혁명의 도화선이 된 우창봉기가 발발하며 우한은 한때 중국의 혁명중심지였다.
그러나 신중국 건설 이후 상하이, 선전, 톈진 등 연해지역의 고속경제 발전에서 소외됐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의 중부 굴기전략과 함께 우한이 중국 내수시장의 거대 소비도시로 탈바꿈 중이다.
지난해 우한시 소매판매액은 3878억 위안 이상으로 중국 도시중 4대 직할시(베이징ㆍ상하이ㆍ톈진ㆍ충칭), 광저우, 선전에 이은 전국 7위를 기록했다. 지난 2008년 루이비통을 시작으로 구찌, 베르사체, 보네가베네타, 아르마니, 까르띠에, 발리, 불가리, 티파니, 디올, 에르메스 등 세계적인 명품 업체가 모두 우한에 매장을 오픈했다.
산업 육성에도 적극적이다. 현재 우한은 ‘중국의 디트로이트’를 꿈꾸며 자동차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지난해 우한시 자동차(부품 포함) 관련산업 생산액은 1669억7000만 위안으로 우한시 최대 지주산업으로 우뚝 섰다. 현재 우한시에는 중국 3대 자동차 기업인 둥펑자동차를 비롯해 프랑스 시트로앵, 푸조, 닛산, 혼다 등 8대 자동차 제조업체가 진출했다. 자동차 기업의 연간 생산량은 135만대에 달한다.
우한시에 투자를 준비 중인 자동차 기업도 상당수다. 이치폴크스바겐이 80억 위안을 투자해 제5공장을 건설, 연간 60만대 자동차를 생산 예정이다. 우한은 베이징현대차 제4공장 후보지로도 유력하다. 자동차 기업 유치를 통해 우한은 오는 2016년까지 자동차 연간 생산량을 지금의 두 배가 넘는 300만대까지 늘려 '중국의 디트로이트'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한 한국기업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SK는 화중본부를 우한에 설립했으며, 기업은행도 국내 은행 중 최초로 우한에 분행을 설치했다. 통계에 따르면 2013년 2월 현재 후베이성내 활동을 허가받은 한국 기업은 총 192개, 투자액은 7억8000만 달러를 넘었다. 192개 기업 중 80개 기업이 우한에 집중돼있다. 우리 정부도 우한을 중부 공략의 거점으로 삼고 있다. 내륙도시 가운데 총영사관, 코트라, 한국은행이 동시에 진출한 곳은 우한밖에 없다.
다만 거액의 도시개발 투자로 우한시의 지방부채 리스크도 고조되고 있다. 우한시가 '자동차 도시' 디트로이트가 아닌 '파산도시' 디트로이트의 전철을 밟지 않겠냐는 경고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2012년 상반기 기준 우한시 정부 채무액은 2037억500만 위안에 달해 중국에서 부채가 가장 심각한 도시로 꼽혔다.
올해 우한시는 인프라건설 1500억 위안, 부동산개발 2000억 위안을 쏟아붓는 등 향후 5년간 2조 위안 도시 건설에 투자할 것을 예고했다. 이는 영국이 20년간 전국 인프라건설에 쏟아부을 돈이 3750억 파운드(3조7500억 위안) 절반을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현지 매체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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