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안동에서 훈민정음 원본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액수는 당시 큰 기와집 한 채값인 1000원이었다.
그때 한 남자가 나타났다. “아무 소리 않고 돈 1만1천원을 내주며 ‘1천원은 수고비’요 했다"
이렇게 산 ‘훈민정음’ 원본은 지금 국보 70호로 지정됐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기도 한 이 훈민정음은 세종대왕이 직접 한 가문에 후사품으로 내린 것으로 한글 창제의 원리와 문자 사용, 목적, 해설을 묶은 것이다. 현재 시중에서 1조원 가치라고 하나 가치를 산정하기 어려워 '무가지보(無價之寶)'로 통한다.
이뿐이 아니다. 1935년 일본 거상으로부터 사들인 청자상감운학문매병(국보 제68호)의 가격은 2만원이었다. 당시 2만원이면 경성(서울) 시내에 있는 여덟 칸짜리 기와집 스무 채 값이었다.
대부호의 아들로 태어난 이 남자 때문에 우리 문화재가 안전했다. 간송 전형필(1906~1962)선생 덕분이다. '훈민정음'의 경우 6ㆍ25전쟁 때 간송은 훈민정음을 베개 속에 넣고 지켰다고 한다.
겸재 정선의 ‘해악전신첩’과 현재 심사정의 ‘촉잔도권’을 수집하고, 경성미술구락부 경매장에서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국보 제294호)을 비롯해 고려청자, 조선 백자 등을 구입하며 우리 문화재의 해외 반출을 막았다.
1936년에는 일본에서 활동하던 고려청자 수집가인 영국인 국제 변호사 존 개스비를 찾아가 ‘청자기린유개향로’(국호 제65호), ‘청자모자원숭이형연적’(국보 제270호) 등을 찾아오기도 했다.
간송의 소장품은 1971년부터 1년에 단 두 번 열리는 전시를 통해서만 외부에 공개됐었다.
간송의 국보급 소장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21일부터 간송미술문화재단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배움터 내 디자인 박물관에서‘간송문화: 문화로 나라를 지키다’ 전이다. 간송미술관 전신인 보화각이 1938년 설립한 이래 76년 만에 첫 대규모 나들이다.
이 전시에는 '훈민정음'은 물론 8m18㎝ 길이에 달하는 현재 심사정의 ‘촉잔도권’등은 처음으로 펼쳐져 선보인다. 전시는 1, 2부로 나뉘어 오는 6월15일까지 열린다.
1부 전시는 간송의 다양한 문화재 수집 일화를 중심으로 꾸몄다. 겸재 정선,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의 작품등 불상, 도자, 고서화, 서지 등 총 60여점이 전시된다. 이중 국보ㆍ보물급만 20여점을 직접 볼수 있다.관람료 일반 8000원(학생 6000원).070-4217-2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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