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닭 사육 농가는 90%, 오리 사육농가는 95% 이상이 수직계열화돼 있다.
이때문에 하림 등 계열화 기업의 책임의식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이 같은 정부 입장은 이준원 농림축산식품부 차관보가 지난 18일 "가축방역협의회 등 전문가 회의에서 계열사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다. AI 종식 후 발표할 종합대책에 자금지원 중단이나 과태료 부과 등 계열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이 포함될 것"이라고 밝힌데서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이 차관보는 "계열기업은 자체 보유한 수의사가 있는 만큼 방역활동을 적극 추진할 수 있도록 강력 조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닭은 수직 계열화로 생산
우리나라의 축산업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양계부문의 산업화는 가장 먼저 이뤄졌다.
닭은 돼지 등 다른 축종에 비해 3개월 정도의 짧은 생산기간과 자본회전율이 빠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출하되는 양계는 도계, 가공 단계를 거쳐 대형 마트나 할인점, 대리점 등 유통업체를 통해 소비자에게 공급되고 있다.
양계 사육을 위해서는 병아리, 사료, 약품, 기자재 등을 생산하는 업체로부터 사육농가가 직접구매하거나 계열업체로부터 지원을 받는다. 사육농가는 이를 받아 일정 중량(1.5kg 정도)으로 닭을 키운다.
농가에서 생산된 닭은 도계장으로 이동, 도계과정을 거쳐 소비자에게 공급된다.
◇수직 계열화 문제점은.
생산, 도계, 가공 등 수직계열화의 구조는 모든 단계에서 낙제점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양계부문의 발전과정에서 종계(씨닭) 생산성에 대한 계열업체의 투자가 많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 결과 병아리 품질이 현저히 낮다. 이는 계약 사육농가와 계열기업 간 분쟁의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육계(고기를 얻기위해 기르는 닭)의 생산성은 다른나라와 비교하면 비슷하지만 종계의 생산정은 낮다. 일본은 종계 한마리당 140만마리의 병아리를 생산하지만, 우리나라는 100만마리 수준에 그치고 있다.
사료의 품질·가격도 일정치 않다.
우리나라는 배합사료의 주원료인 옥수수, 대두박 등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사료 원료의 원산지나 작황에 따라 품질이 다른 경우가 많다.
국내사료가격은 국제 곡물가격 변동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다. 곡물가격 변동폭이 커지면 사료가격도 불안정한 구조이다. 이는 농가의 소득과 직결된다.
사육단계에서도 문제가 있다.
하림 등 계열기업은 농가에 병아리와 사료 등을 주고, 이를 농가가 일정 규모로 키워주면 마리당 수수료를 지급하기로 약속하며 위탁사육계약을 맺는다.
농가에서는 이 계약서에 담긴 △계열기업과의 일방적인 종속관계 △수수료 지급방식 등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다.
계약서에는 병아리 및 사료 품질에 대한 보장이 없고, 위탁 사육수수료가 낮은데다가 약품비·연료비·깔짚비 등 비용부문이 현실과 괴리가 있음을 보인다.
사료, 병아리 등 주재료의 품질이 떨어져 농가가 피해가 발생하면 조정 또는 해결방법에 대한 관련 규정이 없는 것도 문제다. 계열기업이 부도나면 그 피해를 농가가 떠안아야 하는 위험도 농가가 고스란히 받을 수 있음을 각오해야만 일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공단계에서도 헛점이 보인다.
우리나라는 특정 크기(1.5kg)의 수요가 편중돼있다.
닭 크기가 다른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아 국내 부분육시장과 해외 수출시장에서 경쟁력이 낮다.
미국·브라질·중국 등은 대형 닭고기(2.5kg) 위주로 생산하면서 닭가슴살 등 부분육 형태로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닭위주의 유통관행을 바꿀 수 있는 가공품개발도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민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계열기업에서 가공품을 일부 제조하고 있지만 이를 상업화하는 노력이 부족하다"며 "닭고기 소비패턴이 연중 일정한 것이 아니라 특정계절에 집중돼 있다는 것도 참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가격 결정단계에서 양계 생산원가가 시장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체 판매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사료비 상승, 환율변화, 혹한.혹서기 등으로 생산성 저하로 공급 부족 등의 현상이 발생하면 생산원가가 시장에서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촌치킨 등 프랜차이즈 외식업체는 안정적인 닭고기 공급을 원하지만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이에따라 계열기업과 대리점,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와의 계약은 시세연동 계약을 체결하고 있지만 프랜차이즈 외식업체와의 계약은 고정가격으로 체결할 수 밖에없다.
농가와 계열업체의 계약가격은 양계협회 고시가격 기준으로, 계열업체와 유통업체와는 계육협회 고시가격을 기준으로 한다. 이가운데 농협발표가격은 농가와 업체의 실거래 가격의 성격을 가진다.
현재 국내 도계육 가격이 산지의 생닭 가격을 기준으로 결정되고 있다. 도계육의 공장도 가격은 생닭사육비에 도계가공비용과 기업이윤을 고려해 결정돼야 하지만 별도의 생닭가격이 존재해 도계공급자와 수요자간 분쟁의 소지도 항상 열려있다.
◇ 농협, 협동조합형 축산계열화시스템 구축
최근 농협은 유통구조개선 선진화를 위해 수직적 축산계열화 사업을 협동조합형태의 계열화로 이끌고 있다.
농협중앙회 등에 따르면 생산자가 중심이되는 협동조합 형태의 계열 농가는 생산자인 동시에 주주이다. 협동조합형 계열업체의 이익은 이용고 배당 등의 방식으로 생산농가에 귀속된다. 이윤의 적정한 체계는 농가의 생산의욕을 높이고 시설현대화 등에 투자를 늘리는 유인이 될 수 있다.
남성우 농협 축산경제대표는 "협동조합은 생산기반이 되는 농가의 보호와 유지를 이윤극대화보다 상위 목표로 추구한다"며 "계열화 시장에서 민간기업과 협동조합의 건전한 경쟁은 전체 축산 농가의 권익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은 계열화를 추진하는데 필요한 투입재, 생산, 도축, 가공, 판매 관련 조직과 시설을 대부분 갖추고 있다.
축산 사육기반인 사료·종축에서 유통·가공, 소비지 판매까지 포괄하는 생산자 중심의 계열화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협동조합형 축산계열화는 축산농가와 계약 출하를 통해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고, 생산 지원과 가공, 판매를 맡아주는 구조를 말한다. 농협은 2020년까지 가족농으로 구성된 핵심선도농가 1만호 프로젝트를 추진할 방침이다.
특히 이 계열화는 농가의 주체성 확보와 소비자 신뢰에 대한 강점을 가진다.
축산농가는 기업형 수직계열화와 달리 생산물에 대한 소유권을 확보할 수 있어서 자기책임하에 생산과 출하가 가능하다.
또 수집, 도축, 가공, 판매까지 원스톱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유통비용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이윤의 극대화보다는 농가 보호와 권위 향상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농협안심축산'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는 제값 구매가 가능하고, 산지와 소비지를 연동한 직거래 판매망은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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