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애널리스트제란 일부 언론사들이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투표를 거쳐 애널리스트 순위를 매기는 제도다.
19일 익명을 요구한 대형 증권사 한 관계자는 "CJ E&M 사태 이후 내부적으로 베스트 애널리스트제도 불참을 검토하고 있다"며 "대형사 몇 곳이 뜻을 같이한다면, 참여하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베스트 애널리스트제는 애널리스트 스스로 보고서 질을 높이도록 유도하고 투자자가 애널리스트를 선별할 수 있는 순기능이 있다.
그러나 최근 역기능에 의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CJ E&M 사태로 애널리스트와 기관투자자의 부적절한 유착 관계를 유지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공개되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12일 CJ E&M 실적 미공개 정보를 기관투자자(펀드매니저)에게 미리 유출한 혐의로 3개 증권사와 소속 애널리스트 3명을 검찰에 고발하는 등 중징계를 내렸다. 해당 애널리스트는 작년 3분기 CJ E&M 실적이 부진하다는 정보를 11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에게 미리 전달해준 혐의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베스트 애널리스트제도 무용론이 대두되고 있다. 증권사가 과열 경쟁 양상을 보이는데다 불합리한 선정 방식으로 공정한 평가가 이뤄질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베스트 애널리스트는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해마다 2차례 뽑는다. 기관투자자가 설문지에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증권사들은 표를 얻기 위해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기관투자자 중 실제로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곳은 30~40개로 소수"라며 "이들이 증권사 약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0%로 절대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베스트 애널리스트 표 비중은 30~40% 밖에 안돼 제대로 된 평가를 할 수 없는 구조"라며 "심지어 특정 투자자문사는 모든 증권사 애널을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표현한 적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사가 베스트 애널리스트제를 거부하려는 움직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3년 한 대형증권사가 베스트 애널리스트제도 불참을 확정했다가 언론사의 강압(?)에 못이겨 참여로 선회한 바 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베스트 애널리스트가 되기 위한 애널리스트들이 경쟁이 과열되는 것에 대해 오래 전부터 문제로 지적돼 왔지만, 언론사가 주최하는 행사를 누가 거부할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증권업계는 CJ E&M 사태 이후 금융당국의 불공정 거래 근절 의지를 확인한 만큼, 재발 방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각오다.
한국투자증권은 애널리스트가 메신저나 휴대전화로 3자에게 정보 제공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계획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애널리스트에 대한 준법 준수 여부를 연봉 산정이나 인사 고과에 반영할 방침이다.
금융당국도 애널리스트와 기관투자자 간 부적절한 유착 관계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증권업계에 재확인시켰다.
금융당국은 CJ E&M 사태에서 한계로 지적된, 2차 정보 수령자(펀드매니저 등)가 처벌받을 수 있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또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과 관련된 유사 사건 조사를 지속할 방침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