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공인중개사들 "주택임대관리업체 등록 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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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3-23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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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본격적으로 주택 임대차시장 양성화에 나섰지만 시장의 움직임은 더욱 음성화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원룸촌 전경.


아주경제 권경렬 기자 = "기업도 아니고 개인 공인중개사가 왜 등록해야 합니까. 등록한다 해도 집주인들의 소득이 노출되기 때문에 오히려 수익만 떨어집니다." (서울 강남지역 공인중개사)

정부가 본격적으로 주택 임대차시장 양성화에 나섰지만 시장의 움직임은 더욱 음성화되고 있다. 임대소득 노출을 꺼리는 집주인과 주택임대관리업을 겸하고 있는 공인중개사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임대관리업 등록을 기피하고 있는 것이다.

23일 방문한 서울 강남구 역삼·논현동 일대 원룸밀집지역.

원룸이나 오피스텔을 주로 중개하는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강남 일대에 원룸만 500개 가량 관리하고 있다"며 "원하는 위치와 월세만 얘기하면 어디든 맞춰줄 수 있다"고 말했다.


강남권 일대는 물론  원룸·투룸형 다가구주택이 밀집한 대학가 인근에도 공인중개업소들이 임대관리를 겸하고 있다.

대학교가 몰려 있는 서울 성북구 일대 한 공인중개사는 "일부 공인중개업소에서 이 일대 원룸 중 상당수를 관리하고 있다"며 "집 열쇠는 물론 집주인 도장까지 맡아 관리하면서 원룸 관리와 거래 중개를 겸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7일 주택법 개정에 따라 자기관리형 100호 또는 위탁관리형 300호 이상을 관리하는 경우 반드시 주택임대관리업자로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위반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300호 이상 주택을 임대관리하는 공인중개사들이 상당수인데 비해 정식으로 등록한 임대관리업자는 단 한명도 없는 실정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주택임대관리업 의무 도입 한달간 전국에서 19곳의 기업형 주택임대관리업체만 등록했다.

경기도 평택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이 지역에도 수백호에서 1000호 이상 원룸을 관리하는 공인중개사가 있지만 임대관리업자로 등록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집주인들이 임대소득 노출을 꺼리고 있고, 주택임대관리업체로 등록하면 본업인 중개업무를 못하게 되는데 누가 등록하겠느냐"고 말했다.

이런데도 정부는 아직까지 미등록 임대관리업자들의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부 공인중개사들이 주택임대관리를 병행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은 하고 있지만 전국 8만여개의 공인중개업소를 전수 조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현재 주택임대관리업이 초창기이다 보니 나중에 활성화가 된다면 지자체와 연계해 단속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주택임대소득 과세 방침도 집주인들을 더욱 음지로 숨게 만들고 있다. 정식 등록된 주택임대관리업체에 관리를 맡기면 임대소득이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임대소득을 신고하지 않았던 상당수 집주인들은 더욱 음지로 숨어들 것"이라며 "가뜩이나 경기 침체로 매매거래 중개수수료 수입이 줄고 있는 공인중개사들 역시 비공식적으로 맡아온 임대관리를 절대 포기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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