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김성호?. 그 작가는 아닌데?….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 본관에 걸린 전시 현수막에 눈길을 끈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중견작가 김성호와 이름은 같지만, 작품은 너무 달라서다.
젊은 작가인것 같은데, 갤러리현대, 그것도 본관에서 전시라니…. 이 작가 누굴까 하는 호기심을 자극할 정도다.
주로 중견작가들을 안정감있게 전시해온 44년 전통의 국내 대표 화랑인 갤러리 현대의 파격전이라 할 만큼 새봄에 내건 작가는 '테이블랜드'(Tableland)로 신작전을 열고 있는 작가 김성호(34)다.
그의 작품은 "너무도 생생하고 구체적인 현현체들이 씨줄과 날줄로 교차하는 거대한 시뮬라크르의 세계이면서도, 서재라는 욕망의 덩어리를 구현하고 있다"(미술평론가 박석태).
'서재라는 욕망의 덩어리'라는 거창한 평론과 달리 반전의 묘미가 있다. 빽빽하게, 또는 들쭉날쭉 쌓인 책 사이사이에는 장난감들이 노닌다. 얼룩말과 북극곰, 병아리, 펭귄 등 동물에서부터 총을 겨누는 군인, 표지판, 계단까지 다양하다.
덕분에 작품은 묘한 향수를 자극하며 감성적으로 끌린다.
장난감은 세계를 타의에 의해 세계의 전부로 인식하고 살아가는 동물원 속 동물들처럼 지식의 울타리 안에서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은유한다고 한다.
젊은 작가들의 '탄탄한 손맛'은 이미 국내미술시장의 기본 필살기다. 이제 차별화는 어느 갤러리에서 마케팅을 하느냐가 작가의 희비를 가른다.
대형갤러리인 갤러리현대에서 이 작가를 주목한 것도 작품을 살리는 매력으로 작용한다.
2007년 대구대학교 회화과 졸업한 작가는 2009년 갤러리현대가 젊은작가를 발굴하는 전시로 기획한 '윈도우 갤러리 전시'로 인연이 닿았다. 이후 2010년 갤러리현대 강남에서 'Volume Tower'개인전을 가졌고, 책을 통한 건축적 조형성과 뛰어난 필력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갤러리현대에서 4년만에 선보이는 개인전이다. 전시는 4월12일까지. (02)2287-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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