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승환 "오타쿠 이미지 벗겠다…창조형 뮤지션으로 인식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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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3-27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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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사진 제공=드림팩토리]

아주경제 국지은 기자 = “그 천일 동안 알고 있었나요. 많이 웃고 또 많이 울던 당신을 항상 지켜주던…”/ “덩크슛 한 번 할 수 있다면 내 평생 단 한 번만이라도. 얼마나 짜릿한 그 기분을 느낄까”/ “언제라도 내게 돌아오기를 바보처럼 기다리는 어리석은 나의 모습을…”.

청춘을 위로하고 미래를 꿈꾸게 한 이 노래들을 기억하는가. 가수 이승환은 1989년 스물다섯 나이에 1집 ‘BC603’으로 데뷔한 뒤 25년의 시간 동안 수많은 히트곡을 배출했다.

무려 정규 11집을 발매한 가수지만 열정과 겸손만큼은 아직 신인이다. 25년 차 안목과 실력을 갖춘 베테랑이 초심을 잃지 않는다는 게 쉬운 일일까. 레코드판에서 테이프로, CD에서 디지털음원으로 급변해 온 음악시장에서 길을 잃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온 이승환은 3월 26일 정규 11집을 발매했다.

‘폴 투 플라이’(fall to fly-前)라는 타이틀이 붙은 이번 앨범에는 ‘너에게만 반응해’를 비롯해 ‘내게만 일어나는 일’, ‘폴 투 플라이’(fall to fly), ‘어른이 아니네’ ‘화양연화’ ‘스타워즈’(STAR WARS) ‘라이프스 소 아이러닉(Life’s so ironic), ‘쏘리’(sorry), ‘비누’ ‘함께 있는 우리를 보고 싶다’까지 10곡이 수록됐다. 발라드부터 미디엄 템포, 그루브, 재즈까지 다양한 음악이 가득하다.

신보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19일 서울 신사동 한 카페에서 이승환을 만났다. “지난 2010년 발매한 10집이 너무 비참하게 망해서 다시는 앨범을 내려고 하지 않았다”면서도 “그래도 다시 도전하니 감회가 새롭다”고 솔직하게 첫 인사를 건넸다.

“새 앨범을 내게 된 동기를 많이들 물어 보시는데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웃음) 비참했던 기억을 잃어버린 거죠. 2년 전쯤 영감이 막 샘솟더라고요. 그때 ‘너에게만 반응해’ 만들었고 공연 때 종종 부르곤 했습니다. 이번에 발매한 곡은 공연에서 부른 것보다 더 달달한 느낌이 강해요. 트라우마를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이번 앨범, 정말 꼭 잘 돼야 합니다.”
 

이승환 [사진 제공=드림팩토리]

결연한 의지가 묻어나는 이승환의 앨범은 2년이라는 시간과 4억8000만원의 막대한 제작비로 탄생했다. 미국 L.A 헨슨 스튜디오와 네쉬빌에 위치한 오션웨이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진행하고, 영국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마스터링 작업을 마치는 등 앨범의 완성도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화려한 스케일을 자랑하지만 그의 가장 중요한 음악적 요소는 ‘기본기’라며 충실했고 앞으로도 가장 우선순위를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 음악을 거창하게 표현하는 것은 민망해요. 저는 언제나 아날로그 악기를 쓰고 기본기에 충실한 사람이거든요. 여태까지 제가 제작했던 음반도 기본기에 충실했습니다. 이번 앨범은 공을 정말 많이 들였는데 믹싱도 한 곡 당 두세 번, 마스터링도 6번이나 했어요. 더 밀도 깊고 촘촘한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서요. 노력을 많이 해서 그런지 음악적으로도 대중적으로도 사랑받을 거라는 자신감은 있어요. 특히 타이틀곡은 친화적이면서도 고급스러움을 잃지 않으려 했거든요.”

‘너에게만 반응해’는 이승환 특유의 재치가 돋보이는 사랑스러운 노랫말과 한 번만 들어도 누구나 쉽게 따라 흥얼거릴 수 있는 멜로디로 단단하고 짜임새 있는 구성을 갖췄다는 평을 받고 있다. 미국 뉴욕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인 이소은이 특별히 귀국해 피처링 녹음에 참여했으며 돈스파이크가 곡에 청량감을 더하는 브라스 편곡을 맡았다.

“‘너에게만 반응해’를 완성하면서 정말 예쁜 목소리가 필요했어요. 적임자를 찾고 있었는데 역시 예쁜 목소리는 소은이가 최고 아닌가라고 생각했습니다. 소은이가 변호사 활동을 하면서 노래를 6년 정도 쉬어서 잘할까 싶은 걱정을 하긴 했어요. 그래도 역시나 잃지 않은 감각으로 피처링을 해 줬고 완벽하게 만족했습니다.”

이소은을 비롯해 이번 앨범에는 MC메타, 바우터 하멜, 유성은, 김예림, 러쉬 국내외 쟁쟁한 뮤지션들 피처링 또는 듀엣을 했다. 배우 이보영이 피처링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11집 흥행에 대한 갈망을 감추지 않더니, 피처링 역시 음악적 완성도와 더불어 홍보 효과를 노린 수단이라고 솔직하게 밝히는 모습이 보기 좋다. 소속사 드림팩토리의 대표이기도 한 이승환은 “음악적 성장을 빛내줄 만한 마케팅은 필수“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많은 분들이 제가 뭘하면 굉장히 잘된다고 생각하시는데 사실 1997년부터 꾸준히 내리막길이었어요. 앨범명 ‘폴 투 스타이’에는 ‘비상을 위한 추락’이라는 이중적 생각이 투영됐고요. 개인적 소망과 맞물려 제가 비상하고 싶다는 열망도 포함됐지만 사회적 메시지도 있고, 답답한 상황에서 깨어나 세상을 넓게 보라는 충고도 담고 싶었습니다. 마케팅을 열심히 하는 건 이 앨범이 정말 아깝기 때문이에요. 일주일에 6일을 저녁 8시에 출근해 아침 6시에 퇴근하며 작업했습니다. 제가 완벽주의자 기질이 있는데 이번 음반은 그 집약체라고 말할 수 있어요(웃음).”
 

이승환 [사진 제공=드림팩토리]

욕심과 열망이 그대로 드러난 ‘폴 투 플라이’(fall to fly-前)는 2CD로 구성된 더블 앨범으로 올 하반기에 후편(後)이 공개된다.

“녹음은 다 돼 있지만 추가로 곡을 써서 그 중에 추릴 것 같아요. 우리나라는 음악인들이 조로하는 경우가 많아요. 곡을 쓰지만 가사를 쓰지 않거나 아예 곡을 쓰지 않죠. 하지만 저 같은 사람도 있죠. 계속 새로운 걸 창조하고 싶어 하고 젊은 감각을 잃지 않는다는 걸 보여 드리고 싶어서 2CD로 음반을 제작하게 됐습니다. 이번 앨범으로 오타쿠(일본에서 유래된 말로 이상한 것에 몰두하는 사람을 뜻함)의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싶어요. 이미지 때문에 음악적 가치가 폄하되는 것 같거든요.”

피규어 수집 마니아인 그에게 오타쿠라는 수식어가 붙은 건 자연스러운 일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더욱 기억해야 할 수식어는 ‘공연의 신’이라는 호칭이다. 방대한 스케일과 5시간 이상의 러닝타임이 가수 이승환을 콘서트계의 독보적 존재로 키워 왔다. 이번에도 28~29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이승환옹 특별 회고전+11’이라는 타이틀로 단독공연과 쇼케이스를 연다. 이후에는 전국투어도 예정돼 있다.

“올해로 쉰인데 나이는 속일 수 없더라고요, 체력이 정말 달려요. 예전에는 노래 녹음하러 들어가면 10시간 내내 서서 불렀는데 이제는 2시간씩 나눠서 작업합니다. 가수의 고령화에 따른 관객의 고령화로 공연 시간도 대폭 줄었어요. 5시간에서 3시간 반으로 줄였고 1시간 정도는 앉아서 노래해요. 왜 이소라 씨가 의자에 앉아 노래를 부르는 걸 집착하는 지 비소로 깨달았습니다(웃음). 그래도 블록버스터급 화려한 공연장치는 고수해요. 막대한 투자를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매번 제 스스로 저의 기록을 깨고 싶거든요.”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동안의 비결은 역시 끊임없이 창조하고 노력하는 자세였다. 실패에도 무너지지 않고 내리막길에서 비상을 꿈꾸는 이승환의 행보는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다. 흥행 역시 나쁘지 않다. 소리바다, 벅스, 올레뮤직 등에서 1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너에게반 반응해’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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