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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지금, '정도전' 앓이 중… 인기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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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3-2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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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 포스터 [사진제공=KBS]

아주경제 이예지 기자 = 대한민국은 지금 KBS1 대하드라마 '정도전' 열풍에 휩싸였다. 지난달 15일 16.9%(닐슨코리아 기준, 이하 동일)의 최고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15%가 넘은 시청률을 꾸준히 보이면서 '앓이'를 입증하고 있다. 저조한 시청률을 보였던 근 몇 년의 대하사극과 비교하면 '기염' 수준이다. 허구가 진실처럼 받아들여지는 퓨전사극이 안방극장을 점령한 가운데 역사 왜곡 없는 정통 사극을 표방한 '정도전'을 향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시청자 게시판을 비롯해 TV비평 등에서도 호평 일색이다.

시청률보다도 더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정도전'.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챙겨보는 명품 드라마로 입소문이 난 '정도전'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 의복·소품·세트에서 묻어나는 세심한 고증

'정도전'에 쏟아지는 찬사의 중심에는 2년에 걸친 탄탄한 고증이 있다. 기획 단계부터 정통 사극을 지향하며 정사를 충실히 따르고 캐릭터를 재해석하는 정공법으로 우직하게 밀어붙인 제작진의 뚝심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셈이다.

무엇보다 세심하게 신경 쓴 의복, 소품, 세트는 '정도전' 열풍의 숨은 공신이라 할 수 있다. 인물마다 사용하는 갓, 칼, 의복 등을 달리해 시대상을 보여줄 뿐 아니라 인물간의 대립, 캐릭터의 성격까지 나타냈다.

이성계(유동근)는 다른 인물들과 다르게 갑옷에 털을 둘러 기개를 표현한다든지 고려를 추종하는 정몽주(임호)는 원나라의 영향을 받은 갓을 씌워 정도전처럼 조선을 세우려는 세력들과 다르게 표현하는 등 제작진은 미묘한 차이를 두어 디테일을 살리려고 노력했다.

각 인물들이 출연하는 공간은 색을 다르게 하면서 분리했다. 이인임(박영규)의 집무실은 예전부터 썼던 색들을 다 넣어 컬러 톤을 살렸고 신진사대부는 새로운 톤을 만들어 두 세력을 구분 지었다. 뿐만 아니라 당시의 건물 느낌을 살리기 위해 세트에도 실제 원목과 돌을 사용했다.
 

'정도전' 출연 배우 [사진=아주경제DB]

# 캐릭터를 살아 숨 쉬게 하는 연기력, 촌철살인 대사

배우들의 흡입력 있는 연기 열전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조재현, 박영규, 서인석, 유동근 등 관록의 연기파 배우들과 함께 임호, 안재모 등 떠오르는 사극 전문 배우들이 뭉쳐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고 생기를 불어넣는다. 어느 한 인물도 놓칠 수 없게 만드는 배우들의 매력적인 연기는 매순간 우리를 설레게 한다.

'정도전'은 매회를 거듭할수록 감탄을 자아내는 명대사의 향연이 펼쳐진다. 특히 박영규는 "모든 대사를 새기고 싶을 정도로 시청자의 속을 시원하게 한다"고 말할 정도. 매주 탄생하는 어록은 시청자를 안방극장으로 불러 모으는 또 다른 힘이다.

# 민생·현실정치 투영, 세련된 영상미

'정도전'이 현재의 정치상황을 반영한다는 점 역시 인기 비결의 하나다.

조재현은 "국민 행복지수가 굉장히 낮은 점이 600년 전과 매우 유사하다. 시청자가 새로운 정치를 여는 정도전을 보며 대리만족하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사회적 양극화가 심했던 고려 말과 오늘날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은 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왕 중심의 이전 사극과는 다르게 비운의 혁명가로 불리며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었던 정도전을 전면에 내세워 기득권을 타파하며 민생안정에 힘쓰는 모습에서 대중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다.

또한 현실 정치 현장의 경험이 있는 정현민 작가의 필력은 선 굵은 캐릭터들 간의 쫄깃한 긴장감을 유발한다. 작가는 여야를 오가며 10년 동안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냈고 노동운동의 경험도 있어 캐릭터간의 현실 정치의 수 싸움을 누구보다도 균형감 있게 보여주고 있다.

그 외에 화려한 퓨전사극 못지않게 세련된 영상미는 정통 사극에 대한 거리감을 좁혔다. 기존의 사극 마니아인 중년 남성층에서 벗어나 20~30대 젊은 층과 여성 시청자들도 흡수하며 '정도전'에 열광하는 세대를 확장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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