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조니 뎁, 크리스 에번스, 스칼렛 요한슨, 새뮤얼 잭슨, 앤드루 가필드, 엠마 스톤, 제이미 폭스 등등. 3월말 일주일간 중국을 방문했거나 방문 예정인 할리우드 유명 스타들이다. 캡틴 아메리카:윈터 소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트랜센던스’등 최근 중국 대륙에서 개봉 예정인 영화를 프로모션 하기 위해 콧대 높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잇달아 중국을 방문하고 있다.
그 동안 상대적으로 타국에 비해 중국 방문이 뜸했던 할리우드 스타들이 이처럼 중국 방문에 열을 올리는 것은 그만큼 커져가는 중국 영화시장을 공략하기 위함이다.
△ 폭발적인 증가세…4년 후 미국 제쳐
실제로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영화국(광전총국) 최신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해 중국 영화시장 박스오피스 수입은 모두 217억6900만 위안으로 전년 대비 27.51% 늘었다. 중국 전역의 영화 관람객수는 모두 6억1340만명으로 전년 대비 32.4% 늘었다.
중국 내 영화관 수도 우후죽순 격으로 늘어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내 신규 설립된 영화관 수는 약 900개로 전년 대비 40% 가까이 늘었다. 이에 따른 영화 스크린 수도 지난 한 해에만 5077개 늘어났다. 중국 전역에서 스크린 수가 하루에 13.9개씩 늘어난 셈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02년 겨우 1845개에 달했던 영화 스크린 수는 11년 새 10배 가까이 증가한 1만8195개에 달하고 있다.
특히 그 동안 베이징ㆍ상하이ㆍ광저우ㆍ선전 등 1선 도시에 집중됐던 영화관 설립이 2,3선 도시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1선 도시의 주요 핵심 상권내 영화관 수가 이미 포화상태에 달해 신규 영화관 설립이 어려워지면서 최근 소득 수준 증가로 소비력이 증가하고 있는 2,3선 도시의 주요 핵심 상권에 영화관 설립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중소도시로까지 영화관 설립이 확대되면 향후 중국의 영화시장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중국 베이징대 문화산업연구원은 최신 보고서를 통해 2018년 중국 박스오피스 수익이 100억 달러를 돌파해 미국을 제치고 중국이 세계 최대 영화시장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할리우드 러브콜 잇달아
이에 따라 중국 영화사에 러브콜을 보내는 할리우드 영화제작사도 늘고 있다. 거대한 중국 영화시장을 공략하는 한편 치솟는 비용 부담을 줄이고자 돈 많은 중국 영화사 파트너들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는 것. 또 중국 영화사와 함께 합작 영화를 만들면 중국산 영화로 분류돼 중국의 수입산 영화에 대한 일종의 스크린쿼터제 제약도 받지 않을 수 있다. 현재 중국은 매년 수입하는 외국산 영화 개수를 34편으로 제한하고 있다. 중국 영화사 역시 아직은 미흡한 영화제작 기술 수준을 높이기 위해 롤 모델인 할리우드 영화사와의 협력에 적극적이다.
앞서 7일 중국 상하이동방미디어그룹(SMG) 산하 영화사가 미국 월트디즈니 영화사와 향후 세계적인 블록버스터 대작을 공동 개발 제작하기로 했다. 비슷한 시기 중국 최대 영화엔터테인먼트사 화이브라더스가 제프 로비노프 전 워너브라더스 그룹 회장이 설립한 미국 할리우드 영화사 스튜디오에잇에 1억2000만~1억5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앞서 2012년에는 중국 부동산기업인 다롄 완다그룹이 미국 2위 영화관체인 AMC엔터테인먼트홀딩스를 27억5000만 달러(약 2조9400억원)에 인수하며 세계 최대 규모의 영화관 체인으로 거듭났다. 이는 향후 중국산 영화의 북미 지역 진출에 디딤돌이 될 전망이다.
할리우드 대작 영화에 중국 배우가 출연하거나 해외 영화의 로케이션으로 중국이 선택받는 경우도 다반사다.
앞서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 ‘트랜스포머4’에 중국 베이징, 충칭, 톈진 등 중국 현지 촬영 분이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리빙빙 등 중국 배우를 캐스팅했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아이언맨3’는 중국 시장을 겨냥한 중국판을 별도로 제작했으며 중국 인기 여배우 판빙빙이 비록 잠깐이지만 모습을 드러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중국 영화시장 성장과 함께 올해로 4주년을 맞이한 베이징 국제영화제도 점차 퀄리티를 갖춰가고 있다. 내달 16일부터 23일까지 개최되는 제4회 중국 베이징 영화제에는 영화 '그래비티'의 감독 알폰소 쿠아론, 미국의 명감독 올리버 스톤, 프랑스의 명감독 장 자크 아노, 영화 ‘리오2’의 카를로스 살다나 감독 등 전 세계적인 영화계 거장들이 대거 참석해 영화제를 빛낼 예정이다.
지난 해 영화제에도 키아누 리브스를 비롯해 세계적인 영화감독 뤽 베송, 니키타 미할코프, 우리나라 강재규 감독 등이 참석했었다. 지난해 영화제에선 27개 영화 프로젝트 사업으로 총 87억3100만 위안 어치 계약을 체결했으며, 올해엔 체결액 1000억 위안을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중국 영화시장의 위상을 반영한 듯 중국 최대 부동산 기업인 완다그룹은 현재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 300억∼500억 위안을 투자해 미국 할리우드에 버금가는 세계 최대 규모 영화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오는 2017년 6월 개장을 목표로 하는 영화산업단지는 총 건축면적만 540만㎡(163만평) 규모로 에버랜드 면적의 3.6배에 달할 예정이다.
△중국산 영화 위상 ‘쑥’
거대한 영화시장을 바탕으로 중국 당국도 ‘찰리우드('China'와 'Hollywood'를 합친 신조어)’를 앞세우며 미국 할리우드에 맞설 중국 영화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지원 사격을 보내고 있다.
특히 중국 영화 제작 기술을 할리우드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앞서 2012년 11월 중국 당국이 3D 등 최첨단기술로 무장한 영화를 촬영 혹은 방영한 영화 제작사나 영화관에 대한 투자금 환급 정책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박스오피스 수입 5000만~1억 위안, 1억~3억 위안, 3억~5억 위안 이상으로 영화를 분류해 차등적으로 투자금을 일부 환급해 주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쟁쟁한 할리우드 영화 물결 속에 중국 당국의 지원에 힘입은 중국산 영화도 선전하고 있다. 지난 2012년 2월 중국은 한해 중국 영화관에서 방영할 수 있는 미국 할리우드 영화 수를 기존의 20편에서 3D 영화 14편을 늘린 34편으로 늘렸지만 중국산 영화는 오히려 더욱 영화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산 영화는 전체 박스오피스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8.65%로 할리우드 영화 등 수입산 영화를 앞질렀다.
해외 영화제에서도 중국산 영화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튿리 지난 2월 열린 제64회 베를린영화제에서는 중국 영화가 주요 부문 트로피를 휩쓸면서 중국 영화인들의 축제의 장이었다. 현지 언론은 “판다의 고향 중국이 베를린영화제의 ‘황금곰’과 ‘은곰’을 싹쓸이 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영화제에서는 댜오이난(刁亦男) 감독의 중국 범죄 스릴러 영화 ‘백일염화(白日焰火ㆍBlack Coal,Thin Ice)’ 는 최우수작품상(황금곰상)과 남우주연상 2관왕의 영예를 차지하고 러우예(婁燁) 감독의 영화 ‘추나(推拿)’ 쩡젠(曾劍) 촬영감독은 예술공헌상을 수상했다. 또 중국 대표 영화배우 량차오웨이(梁朝偉)는 영화제 심사위원에 위촉되며 높아진 중국 영화의 위상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수입제한, 검열은 해결 과제
다만 중국 당국의 수입산 영화 제약, 철저한 영화 검열 등은 자유로운 영화 창작환경을 방해해 중국 영화 시장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아이언맨3’, ‘월드워Z’ 등도 중국의 검열에 따라 일부 장면을 삭제하거나 내용에 조정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얼마 전에는 중국이 영화관뿐만 아니라 요쿠, 러스왕 등 온라인동영상 사이트를 통해 볼 수 있는 외국산 영화에 대해서도 사전 검열을 할 것이라는 소문도 퍼지면서 중국 영화시장이 한층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