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은 1992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대선 출마를 시작으로, 1988년 이후 7번에 걸친 정 의원의 국회의원 선거와 지난 2002년 대통령 선거 출마에 이은 서울시장 출마까지 총 10번의 선거를 맞는다. 아무리 거리를 두려고 해도, 여론은 회사를 그냥 놔두지 않았고, 이번 서울시장 출마에는 정 의원의 회사 지분 문제를 거론했다.
현대중공업이 긴장하는 이유는 대주주의 당락보다 그가 보유한 지분 처리가 어떻게 되느냐에 달렸다. 잘못된 방법으로 진행될 경우 회사는 타 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발목을 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서든지 회사는 대주주, 또한 정치와 거리를 두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색안경을 낀 정치권과 일부 여론은 결국 회사를 정치권으로 끌어들였다. 야당 후보도 아닌, 그것도 시장 후보 경선을 치루고 있는 장본인이, 국무총리까지 역임했다는 후보가 현대중공업이 100억원대 광고비를 집행하며 정 의원의 선거를 돕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상황이 커지자 현대중공업은 침묵을 포기했다. 회사는 30일 긴급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이처럼 정치적 목적에 의해 왜곡돼 언론에 보도되는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뜻을 전했다. 강한 불만을 유감으로 표현할 수 밖에 없는 회사의 절박감이 묻어났다.
분위기로 봐선 이번 사태가 단기간에 해소될 것 같지 않다. 선거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건 간에, 정치인들보다 현대중공업이라는 회사가 받는 피해가 더 클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지배구조가 흔들리는 회사에 어느 선주가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이 넘는 선박 건조를 맡기겠느냐는 것이다. 정치 때문에 멀쩡한 기업이 흔들리는 상황이 또 다시 반복되려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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