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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평창 백룡동굴에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조경남 박사가 석순과 유석을 관찰하고 있다
연구팀은 북반구와 남반구 온대 지역의 석순과 유석이 서로 반대되는 성장 시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분석해 북·남반구의 기후변화가 상반되는 경향을 보인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다.
이는 곧 북반구에 추위가 찾아왔던 시기에 전 지구적인 추위가 동반됐다고 믿는 기존의 통념을 뒤집는 것으로 지역적인 기후변화가 존재함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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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이 북반구에 위치한 한반도의 석회암 동굴 내 석순과 유석에서 얻은 자료를 남반구 호주에 위치한 석회암 동굴에서 얻은 자료와 비교한 결과, 두 지역 기후변화가 상반된 패턴을 보였다. 중위도 지역의 하얀 띠는 열대지역의 강수량 변화가 북반구와 남반구에서 서로 반대되는 경향을 보이는 현상인 북반구와 남반구 간 수리학적 시소현상을 표시한 것으로 이번 연구를 통해 그동안 열대 및 아열대 지역에 한정된 것으로 알려져 온 시소현상의 범위가 한반도 주변, 즉 온대지역까지 확장됐음을 알 수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은 국토지질연구본부 제4기지질연구실 조경남 박사(제1저자)의 논문이 세계 3대 과학저널인 네이처지에 게재됐다고 31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그동안 열대 및 아열대 지역에 한정된 것으로 알려져 온 북반구와 남반구 간 수리학적 시소현상, 즉 열대지역의 강수량 변화가 북반구와 남반구에서 서로 반대되는 경향을 보이는 현상의 범위가 한반도 주변, 즉 온대지역까지 확장돼 있었다는 사실을 내놓은 것이다.
이는 지난 60여 년간 설명이 어려웠던 기후변화의 세부적인 순환과정을 제시한 것으로 지역적인 기후변화가 전 지구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조 박사는 지도교수인 우경식 강원대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한 논문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공저자로는 지질연 이상헌, 양동윤 박사를 비롯해 극지연구소 임현수 박사, 중국 난징사범대학 왕 용진 교수, 미국 미네소타대학 로렌스 에드워드 교수, 하이 청 박사가 참여했다.
순수 국내 연구진이 주도한 기후변화 연구결과가 네이처지에 등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질분야 논문이 네이처지에 등재되기란 매우 어려운 일로 관련 학회에서도 쾌거로 받아들여지고 있이고 이같은 성과는 지질연 설립 이래 처음이다.
이번 연구는 과거 기후변화 자료를 담고 있는 하드디스크로 불리는 석회암 동굴 내의 석순과 유석에서 시료를 채취해 동위원소분석과 연대측정을 통해 석순과 유석이 어떤 시기에 얼마나 성장하였는지를 밝혀내고 이를 지난 55만년 동안의 전 세계 기후변화에 적용해 과거의 기후변화를 추적했다.
조 박사는 이번 연구를 위해 국내 200여개의 동굴을 탐사했고 이 중 15개 석회암 동굴 내 석순과 유석으로부터 총 24개의 시료를 채취했다.
동위원소를 이용한 연대측정과 온도 산출을 통해 시료의 성장주기와 생성온도를 분석한 결과 따뜻하고 습윤했던 간빙기 때는 석순과 유석이 잘 자랐지만 빙하기 때는 성장이 정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료를 일사량 및 빙하, 심해 퇴적층 등 기존 외부의 기후변화 자료에서 얻은 수치와 비교해 같은 기간에 동일한 기후변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과정에서 대부분의 동굴은 사람의 접근을 쉽게 허락하지 않아 시료채취 과정은 쉽지 않았다.
충북 단양의 에덴동굴은 마른 체형의 사람도 겨우 들어갈 정도로 좁은 입구를 통과해야 들어갈 수 있었다.
박사는 “부피가 있는 카메라는 가지고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좁아 아쉽게도 동굴 속 비경을 사진에 충분히 담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동굴 안에 지하수가 흐르고 통로에서도 물이 흘러나오던 영월 대야동굴도 시료채취가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과거의 기후를 알아내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연대를 측정하는 일로 연대는 방사성동위원소에서, 기온과 온도는 산소동위원소분석을 통해 얻지만 이번 연구에 활용한 연대측정 분석을 포함한 몇몇 분석의 경우 국내에는 수행할 기관이 없어 미국 미네소타 대학 등 외국기관에 의뢰해야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과거의 기후변화를 설명하고 미래 기후변화를 예측하는 자료로 활용할 수 있어 학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지역별로 기후변화의 메커니즘이 다르다는 것이 밝혀져 앞으로 더 정확한 지구 기후변화 모델이 만들어 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기후학은 빙하나 심해퇴적층, 산호초, 나이테 등의 단서를 분석해 과거의 기후와 기후변화를 추론하는 학문으로 석순과 유석 등 동굴 생성물은 외부환경에 노출된 다른 단서에 비해 훼손이 덜하다.
세계 곳곳에 분포해 있어 정확하고 일반적인 기후 자료 확보가 상대적으로 쉬워 고기후학 중에서도 특히 주목을 받고 있다.
조 박사는 “고기후 연구 등 지질학이 우리 실생활과 다소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과거에 실제 발생했던 대규모 기후변화의 영향을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미래에도 발생할 수 있는 중대한 기후변화 이벤트와 인류가 겪게 될 충격을 보다 정확히 평가하기 위해 국내 학자들과의 지속적인 논의는 물론이고 국제해양탐사프로그램(IODP)과 같은 대규모 국제공동 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제1저자인 조경남 박사는 동굴생성물을 이용한 고기후 연구에 있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강원대 지질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2010년 대한지질학회에서 젊은 지질학자상을 수상했다.
교신저자로 참여한 강원대 우경식 교수는 국내 최고의 동굴분야 권위자다.
김규한 지질연 원장은 “지질학이라는 분야 특성상 네이처지 같은 세계적인 학술지에 논문이 등재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앞으로 조 박사 같은 연구자가 더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창조적 연구 환경을 뒷받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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