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제일모직, 합병…전자부문 부품·소재 수직계열화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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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3-3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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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룹 사업재편 일환…3세 경영 밑그림 구체화

아주경제 이혜림 기자 = 삼성그룹이 매출 10조 원 규모의 부품·소재 계열사를 만든다.

삼성SDI와 제일모직은 31일 이사회에서 합병을 결의하고 '글로벌 초일류 소재·에너지 토털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을 선언했다고 밝혔다.

삼성SDI와 제일모직이 각각 1대0.4425482의 비율로 합병하며 삼성SDI가 신주를 발행해 제일모직의 주식과 교환하는 흡수 합병 방식이다.

합병회사의 사명은 삼성SDI이다. 삼성그룹의 모태인 제일모직은 60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다만 상호는 패션 부문을 맡은 삼성에버랜드에서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이번 합병으로 연매출 10조 원 규모의 거대계열사로 재탄생했다. 단순 합산 기준으로는 자산 15조 원, 시가총액 10조 원, 직원 1만 4000여명 규모다. 향후 합병 시너지를 통해 2020년에는 매출 29조 원 이상의 회사로 도약할 방침이다.

양사는 오는 5월 30일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7월 1일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 삼성전자 부품·소재 수직계열화 완성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자회사인 삼성SDI(부품)와 제일모직(소재)을 합병함으로써 전자부문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하게 됐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SDI의 최대주주로 이 회사의 지분 20.38%를 보유하고 있다.

1970년 설립된 삼성SDI는 LCD와 PDP, 리튬이온 2차전지, AMOLED 등을 생산하는 업체다. 현재는 삼성의 신수종 사업인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제일모직은 합성수지를 생산하는 케미컬 부문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를 생산하는 전자재료 부문을 영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소재 사업 역량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패션 사업부를 삼성에버랜드로 이관했다.

이번 합병으로 삼성SDI는 제일모직이 보유한 분리막 기술과 유기소재 기술 등을 확보해 배터리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다양한 고객 네트워크와 마케팅 역량을 활용해 제일모직의 합성수지를 기존의 전자·IT 시장 위주에서 자동차용 시장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조남성 제일모직 사장은 "이번 합병은 삼성SDI와 제일모직의 핵심경쟁력을 통합해 초일류 에너지·소재 전문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말했다.

◆ 사업구조 재편 일환…3세 경영 밑그림 구체화

삼성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열사 간 사업 구조조정을 감행하며 '한계 돌파'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진행해 왔다.

제일모직은 패션사업을 삼성에버랜드로 이관했고, 삼성SDS는 삼성SNS를 합병했다. 보안업체인 에스원은 삼성에버랜드의 건물 관리사업을 인수했다. 삼성테크윈은 반도체 부품사업부(MDS)를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특히 재계에서는 삼성그룹이 3세 경영을 겨냥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 사이의 역할이나 지분 조정과 맞물렸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합병으로 삼성전자 자회사인 삼성SDI가 제일모직을 삼성전자 관할에 두게 되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역량은 더욱 커지게 됐다. 현재 제일모직의 최대주주는 지분 11.6%를 보유한 국민연금이고, 삼성 계열사가 보유한 지분은 삼성카드 등 3인이 7.15%, 삼성자산운용 5.04 % 등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와 삼성SDI를 비롯한 전자 계열사와 금융을, 이부진 사장이 호텔·건설·중화학을, 이서현 사장이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을 경영하는 밑그림이 그려지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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