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이런 마케팅 전략뿐 아니라 다양한 변수가 실적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젊은 층을 공략하면서 꾸준히 새 고객을 늘리고 있는 키움증권이 큰손 위주로 영업해 온 삼성증권을 추월한 것 자체가 주목할 만하다는 평가다.
31일 교보증권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2013회계연도(2013년 4~12월) 기준 1억원 이상 거래하는 고액자산가 고객 수가 8만여명으로 국내 증권사 가운데 가장 많았다.
삼성증권은 일찌감치 큰손을 타깃으로 삼아 돈 많은 고객을 늘려 왔다.
이 회사는 2005년 5월 전 영업직원을 부유층 고객 자산관리 업무를 맡는 프라이빗뱅커로 만든다고 선언했다. 4년 뒤인 2009년 9월 자산관리 브랜드인 '팝'을 출시하기도 했다.
원재웅 동양증권 연구원은 "삼성증권은 국고채와 브라질 채권 관련 상품은 물론 전문가 포트폴리오를 본떠 매매하는 미러링 어카운트를 잇따라 출시하면서 큰손 입맛에 맞는 투자 수단을 제공해 왔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키움증권은 신규 고객 3명 가운데 1명 꼴로 젊은 층이다. 키움증권은 2013회계연도 신규 고객 가운데 30~39세와 29세 미만 비중이 각각 40%, 25%로 전체에서 65%를 차지했다.
박혜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20~30대 연령층은 주식투자에 활동적이고 위험감수 능력이 크다"며 "키움증권은 신속한 고객 의견 반영으로 온라인 시장점유율도 30%에 육박할 만큼 고객 충성도가 높은 회사"라고 전했다.
키움증권은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및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시장점유율에서 모두 1위다.
원 연구원은 "증권사 가운데 고객층 연령대를 외부에 공개하는 곳은 키움증권뿐"이라며 "이는 자신감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키움증권 고객을 두고 HTS로 단타매매만 한다고 폄하하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 자산관리까지 맡길 잠재고객이 많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증권 및 키움증권은 타깃 고객이 다른 만큼 영업 전략도 차이가 있다.
최대 수입원인 수수료 수익에서 위탁매매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삼성증권이 약 54%인 데 비해 키움증권은 84%에 맞먹는다. 삼성증권은 위탁매매뿐 아니라 자산운용이나 기업영업, 기업금융으로도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두 회사가 모두 위탁매매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절대적이라는 점은 똑같다.
이처럼 최대 수입원이 겹치는 가운데 영업이익을 보면 삼성증권이 2013회계연도 387억원, 키움증권은 53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만 해도 삼성증권이 키움증권보다 4배 가까이 많은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1년 만에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60개 이상 증권사가 난립한 가운데 압도적인 리더 없이 하향 평준화만 심화되고 있다"며 "출혈경쟁은 시장점유율이나 수익성을 높이기보다는 동반 손실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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