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조3000억원 규모의 선제적 자구책을 발표하고, 이를 시행 중인 현대그룹은 이르면 오는 5월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기 이전에 자구책 마련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하는 처지가 됐다.
31일 금융권과 현대그룹 등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산업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주채권 은행들은 현대그룹을 포함해 14개 대기업을 주채무계열 기업에 새롭게 포함할 계획이다.
현대그룹은 이에 따라 이르면 오는 5월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채결하게 될 전망이다.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채결할 경우 현대그룹은 지난해 발표했던 선제적 자구책 마련 이외에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채권단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
이는 경영권은 그대로 유지되지만 재무구조개선 과정에서 채권단의 목소리가 더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현대그룹 측에서는 현재 기존에 발표했던 선제적 자구책 시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대그룹은 지난 1월 465억원 규모의 KB금융지주 지분을 매각한데 이어 지난달 19일 140억 규모의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처분했다.
또 컨테이너박스 매각과 부산신항만터미널 투자자 교체 등을 통해 1063억원 가량을 확보했다.
지난달 25일에는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를 통해 1803억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하기도 했다.
여기에 1조1000억원 규모로 예상하고 있는 LNG 운송사업부문 매각에 성공하면 현대그룹은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자산매각과 실행을 앞둔 총 1조5000억원 이상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현대증권을 비롯한 현대자산운용과 현대저축은행 등 금융 계열사 매각이 관건이다. 현대그룹은 금융계열사 매각을 통해 1조원 이상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지만, 현재 업계 상황 상 상반기 안에 매각이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현대그룹은 채권단의 입김이 더 세 지기 전에 기존에 내 놨던 자구책 외에 더 높은 강도의 유동성 마련안을 시행해야 할 처지에 놓인 셈이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은 당초 유상증자를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려 했던 현대로지스틱스의 매각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그룹의 자구책 마련 성공 여부는 결국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실적 회복 여부”라며 “글로벌 해운시황 회복과 함께 현대상선이 얼마나 경영실적을 개선할 수 있느냐가 현대그룹 회생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