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사진)은 영업현장에서 잔뼈가 굵었다. 1978년 기업은행에 공채 17기로 입행해 36년 은행 경력 중 25년을 지점을 비롯한 영업현장에서 보냈다.
권 행장이 처음 입행했을 때만 해도 여성 행원은 창구에 앉아있어야 했다. 외환과 여신 등의 업무는 남성 행원들만 했다. 남성 동기들과 ‘똑같이 시험 보고 들어왔다’는 생각에 같은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요구했고 항상 '미리' 공부하는 습관을 들였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금융연수원의 통신 연수를 통해 실력을 쌓았다. 이미 결혼도 하고 아이도 있었지만 공부를 소홀히 할 수 없었다. 덕분에 6개월 과정의 외환 실무 과정도 좋은 성적으로 마쳤다. 권 행장은 "늘 우선순위를 정해서 일을 했고 '짬'을 활용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집안에서 요리를 할 때는 한 손에는 조리도구, 한 손에는 책을 들고 했고 밀대로 바닥을 닦으며 리포트를 읽는다.
114년간 깨지지 않았던 유리천장을 깨고 대한민국 최초 여성 은행장이 된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매일 새벽 5시30분에 일어나 조찬이 없는 날이면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조간 신문을 읽는다. 늘 집에서도 '해야 할 일'을 메모한다. 물론 정신없이 바쁜 일정 탓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줄었다. 그러나 공동으로 쓰는 공간은 순번을 정해 청소하고 식사를 마친 사람이 설거지를 하는 등 가족들의 '협업' 덕에 그의 슈퍼우먼 생활은 '이상 무'다.
권 행장은 소위 말단부터 차근차근 올라온 탓에 '소통'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 은행장으로 내정됐을 때부터 소통을 강조했다. 최근에는 직원들이 자유롭게 의사를 개진할 수 있는 '직원엽서'를 새롭게 찍었다. 직원들이 작성한 이 엽서는 행장에게 바로 보고된다. 엽서에 본인의 이름을 쓰지 않아도 된다. 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직원들은 조직이나 정책 등에 대해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권 행장은 여성 책임자들과 정기 총회도 진행한다. 총회 때마다 300명 정도의 직원이 모이는데 행장의 권위를 세우기 보다 '왕언니'로서 애로사항을 경청하고, 현장에 대해 대화한다.
고객과의 소통 역시 권 행장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과 중 하나다. 매번 영업현장을 방문하면 좋겠지만, 일정상 빠듯할 때는 조찬간담회로 대체한다. 기업은행의 일반 고객들과 둘러앉아 나눈 대화를 통해 정책을 고민한다. 귀를 열고 경청하는 것이야말로 화합을 이룰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여긴다.
△1956년 전북 전주 출생 △경기여고, 연세대 영어영문학과 △1978년 중소기업은행 입행 △1998년 방이역지점장 △2001년 역삼중앙지점장 △2003년 서초남지점장 △2007년 PB사업단 부사업단장 △2008년 외환사업부장 △2010년 서울중부지역본부장 △2011년 카드사업본부 부행장 △2012년 리스크관리본부 부행장 △2013년 24대 기업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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