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독일 드레스덴에서 ‘3대 대북제안’을 밝힌 후 ‘통일 대박론’의 구체적인 통일 정책이 추진돼 훈풍이 기대됐던 남북관계가 다시 냉각기에 빠져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제안이 나온 지 불과 사흘이 채 안 돼 북한의 도발 행위가 자행됐다는 점에서 후속 조치를 제대로 추진하기도 전에 암초를 만난 셈이다.
북한은 이날 낮 12시 15분부터 오후 3시 30분께까지 NLL 인근 지역 7개 해역에서 8차에 걸쳐 실시한 해상사격 훈련에서 총 500여 발의 해안포와 방사포를 발사했고 이 중 100여 발이 NLL 이남 우리 해역에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이날 우리 군은 북한군의 NLL 해상사격훈련에 대비해 육·해·공군 합동지원세력을 비상대기시키는 한편, 육군과 해병대는 화력대비태세를 유지하고, 공군 전투기와 해군 함정도 초계 활동을 강화했다. 특히 F-15K 전투기는 NLL 이남 해상에서 초계 비행하며 경계 태세를 강화했다.
또 군 당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백령도와 연평도 주민들에게 긴급 대피령을 내렸고, 이에 따라 주민들은 긴급 대피했다.
북한은 지난달 키 리졸브·독수리 연습 시작과 함께 방사포, 로켓, 중·단거리 미사일을 잇따라 동해상으로 발사하면서 긴장 수위를 높였다. 그러나 북한이 첨예한 군사적 대치 장소인 서해 NLL을 새 무력시위 대상으로 낙점한 것은 대남 위협도를 크게 높인 것이라는 게 군 당국의 분석이다.
최근 4차 핵실험 위협에 이어 해안포 도발까지 이어지면서 대북 여론이 악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향후 인도 지원 확대, 민생 인프라 지원 등의 전향적인 대북 지원 구상은 동력을 마련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 같은 도발적 행동이 6자회담 재개 및 남북관계의 본격적 개선을 앞두고 유리한 판을 짜보려는 목적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도발은 남북관계 진전이 북한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불만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2월 20∼25일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치르고 나서 남측이 남북 경협을 위한 ‘5·24 조치’ 해제 등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기대했다가 실망했을 수 있다.
남한 정부가 미국 등과 공조해 비핵화를 촉구하고 통일 담론에 집중하는 모습도 북한에 거부감을 줬을 공산이 크며, 북ㆍ미 관계 개선에 소극적인 미국에 대한 불만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북핵 문제가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뒷전으로 밀리는 상황도 염두에 뒀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북한의 해상사격은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에 진정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불만을 표시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북한의 핵실험 위협에 대해 “미국에 북핵 문제의 중요성을 각인하려는 심리전”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