룽이런이 만든 중신그룹, 중국 국유기업 개혁 선봉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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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4-0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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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샤오핑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중신그룹 초대회장 룽이런.


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중국 개혁개방의 선봉장이었던 중신그룹(시틱, CITIC)이 이제는 국유기업 구조조정의 최전선에 나섰다. 

지난달 26일 중신타이푸(中信泰富, 시틱 퍼시픽)가 ‘현금+발행 주식’ 형식으로 중신그룹의 핵심 자회사인 중신주식유한공사(中信股份, CITIC Limited)의 지분 100%를 매입하겠다고 밝힌 뒤로, 중국 금융권에서는 이를 국유기업개혁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고 증권시보가 1일 전했다. 매입 규모는 약 3000억 홍콩달러(한화 약 4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신주식은 중신타이푸의 지분 57.51%를 보유하고 있으며, 중신그룹은 중신주식의 지분 99.9%를 소유하고 있다. 자회사가 거대한 모회사를 집어삼킨 셈이다. 철광석을 주로 취급하던 중신타이푸는 금융과 부동산 위주의 종합기업으로 다시 태어날 예정이다. 

현지 금융권이 이번 거래를 주목하는 것은 중신타이푸가 홍콩에 상장된 업체라는 것. 거대기업인 중신주식은 상하이증시에 상장할 수도 있었지만, 홍콩으로의 우회상장을 선택한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라는 반응이다.  중신그룹은 국무원 국유자산감독위원회가 관리하는 국영기업이다. 이 기업이 홍콩에서 상장하게 되면 지분구조나 주주구성, 계열사간 자금거래 등을 공시해야 한다. 상하이증시보다 홍콩증시에서의 공시의무가 훨씬 까다롭다. 때문에 이는 결국 중신그룹의 투명성제고로 이어져 그룹 전체의 개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신그룹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에 따라 1979년 설립된 중국 최초의 국유 투자 기업이다. 초대회장은 국가부주석을 역임했던 룽이런(荣毅仁)이었다. 룽이런은 1949년 신중국이 성립하자 자신의 모든 자산을 국가에 기부해 '붉은 자본가'로도 불렸다. 개혁개방 이후에는 해외 화교자본 유치에 적극 나섰으며, 외국인의 중국투자를 도맡았던 곳이 중신그룹이다. 이같은 배경때문에 중신그룹은 중국 경제 개혁·개방 정책의 시금석이 돼 왔다. 2012년 기준으로 중신그룹은 총자산 3조5657억위안(약 606조원), 매출액 3498억위안(약 60조원), 순이익 301억위안(약 5조1170억원)을 기록했다.

현지 시장에서는 이번 인수합병은 단순한 기업 통합을 넘어 정부의 국영기업 개혁이 이미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과 같은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국영기업의 개혁을 강조해 온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취한 실질적인 조치로도 해석된다. 

한편 현지전문가는 "최근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阿里巴巴)가 홍콩이 아닌 뉴욕 시장에서 상장하기로 결정해 홍콩이 위축돼 있었다"면서 "하지만 이번 우회상장건은 금융 중심지로서 홍콩의 지위를 확고히 하겠다는 중국정부의 결심으로도 해석돼 홍콩증시에 활력이 불어넣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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