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치연 기자 = 삼성SDI가 제일모직의 흡수 합병을 선언한 가운데 향후 LG화학과의 경쟁 구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번 합병의 배경에 대해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글로벌 초일류 소재·에너지 토탈 솔루션 기업'으로 변신을 선언한 삼성SDI를 통해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LG화학을 넘어서려는 삼성그룹의 의지를 반영한 선택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와 LG화학은 현재 전기차용 배터리와 ESS(에너지저장장치),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등의 사업 분야에서 경쟁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양사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박상진 삼성SDI 사장은 최근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과 ESS 시장에서 모두 1위를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삼성SDI는 향후 세계 최대의 전기차 시장으로 주목되는 중국 시장 선점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중국 안경환신그룹과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에 대한 MOU를 체결하고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섰다.
삼성SDI는 이달 중 현지 합자회사 설립을 통해 향후 5년간 배터리 사업에 6억 달러를 투자할 방침이다. 올 하반기 착공할 중국 현지 전기차 배터리 공장은 2015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LG화학은 현재 GM과 르노, 포드, 현대·기아차 등 10여곳 이상의 자동차 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특히 국내 생산거점인 오창 공장과 함께 미국 홀랜드 공장을 가동하며 글로벌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업생산에 돌입한 LG화학 홀랜드 공장은 현재 3개의 생산 라인 외에 추가로 2개 라인의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 LG화학은 글로벌 전기차 수요에 따라 적절한 대응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삼성SDI와 LG화학은 차세대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는 ESS 시장에서도 맞붙고 있다.
삼성SDI는 ESS 관련된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일본을 비롯해 유럽 등 글로벌 기업들과 공급 계약을 잇달아 수주하고 있다. LG화학도 석유화학과 배터리를 넘어 ESS용 배터리 공급과 설치, 유통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삼성SDI는 제일모직과 합병을 통해 자동차부품 소재 분야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 화학 소재 부문은 삼성SDI가 LG화학에 비해 가장 취약한 분야였지만, 이번 합병에 따라 LG화학과 제대로 된 경쟁을 펼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삼성SDI가 제일모직과 합병에 대한 시너지 효과를 보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제일모직이 추진했던 분리막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재료, 합성수지 등의 신사업이 삼성SDI와 시너지를 창출하기까지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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