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은행권 예금금리가 갈수록 하락하고 있지만 가계의 자금은 은행에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회복세를 체감하지 못하는 가계의 불안정한 심리와 투자처를 잃은 돈이 쌓이면서, 은행 예금 중 가계 비중은 6년만에 50%를 돌파했다.
1일 한국은행 및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1월말 국내 예금은행의 총 예금 1008조9300억원 가운데 가계의 예금은 약 507조2100억원으로 50.3%를 차지했다.
은행 예금 중 가계 예금 비중이 50%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07년 10월(50.6%)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말 현재 가계의 저축성 예금은 459조7400억원으로 2012년 말(435조9300억원)보다 23조8100억원(5.5%) 증가했다. 기업의 저축성 예금이 4조800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1.8% 늘어난 것보다도 빠른 속도다.
가계의 요구불 예금도 같은 기간 41조9600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7조1000억원(20.3%) 급증했다. 기업의 요구불 예금이 2조9800억원으로 7.8%의 증가율을 기록한 것을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가계의 요구불 예금 증가율은 지난 2001년(21.3%) 이후 최고치였다. 은행에 돈이 몰리고 있으나 정작 은행 예금의 금리는 바닥이다.
우리은행은 2일부터 주요 거치식 예금과 적립식 예금의 금리를 0.1%포인트씩 인하한다. 이에 따라 만기 일시지급식 정기예금(1년제)의 금리는 연 2.05%가 됐고, 3%였던 우리토마스적금(1년제)의 금리는 2.90%로 내려왔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24일자로 이미 정기예ㆍ적금의 기본이율을 0.05~0.10%포인트 낮췄다. 이에 따라 1년 만기 민트 정기예금과 스마트정기예금의 금리는 모두 한 계단씩 내려간 연 2.40%로 적용된다.
지난달 현재 한은이 집계한 은행권 저축성예금 금리는 연 2.62%다. 이와 시장형금융상품 금리를 합한 은행권의 저축성 수신금리는 올해 들어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은이 전망한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2.3%)를 감안하면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금리가 낮은데도 은행에 예금이 몰리는 이유는 불황으로 불안심리가 높아진 상황이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이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돈을 쌓아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부동산과 주식시장도 상황이 좋지 않아 투자처를 찾지 못한 소비자들이 자금을 일단 은행 단기예금에 넣어두는 경행도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체감경기가 아직 호전되지 않아 금리가 낮더라도 미래를 위해 일단 자금을 모아두는 경향이 있다"며 "부동자금이 몰리는 데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예금금리는 당분간 낮은 수준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