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하영구 씨티은행장(사진)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연봉킹'이지만, 경영실적이 악화된데다 정보유출 사고로 책임만 늘었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하 행장은 지난해 씨티금융과 씨티은행에서 28억87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소득은 급여 7억원, 상여금 13억1600만원, 이연지급보상금 8억5000만원 등이었다.
하 행장은 지난 2001년 한미은행장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은행장만 14년째 맡고 있는 국내 최장수 은행장이다. 지난해 3월 5연임에 성공해 2016년 3월까지 행장직을 수행한다. 아직 수령하지 않았지만 쌓여있는 현금보상액만 13억4700만원이다.
다른 국내 금융지주사 회장 또는 은행장들의 평균 보수는 하 행장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다른 금융지주사 회장들의 평균 연봉은 13억원, 시중 8대 은행장들의 평균 연봉은 12억원이었다.
그러나 하 행장이 받는 연봉 수준과 달리 씨티은행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평가다. 당장 씨티은행의 순이익이 줄어든 것과 대조를 이뤘다.
씨티은행의 지난해 실적을 보면 연간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8.1% 감소한 2191억원으로 집계됐다. 2011년(4413억)을 비롯한 예년 실적에 비춰보면 수익성은 더 악화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실적은 구조조정으로 이어졌다. 씨티은행은 지난해 전체 지점의 10%에 해당하는 22개 지점을 폐쇄했다. 지난해 폐쇄된 곳은 서울 강남지역 등 수도권 지역 영업점이다. 이에 따라 씨티은행의 국내 지점수는 2012년 말 218개에서 지난해 말 196개로 줄어들었다.
올해는 수도권 외 지역의 지점 구조조정이 이어진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씨티은행 노조 관계자는 "현재 직원 수를 씨티은행에서 650명, 씨티캐피탈에서 100명으로 최소 750명까지 감축키로 확정된 것 같다"고 전했다.
청년 일자리 50만개 창출을 목표로 하는 정부 정책기조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매년 하반기 50명 내외로 뽑던 대졸공채는 2012년 이후 사라졌다. 더욱이 재직 중인 직원도 줄이고 있어, 올해도 신입사원을 채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개인정보 유출사태도 '하영구 체제'를 흔들고 있다. 지난해 12월 씨티은행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씨티캐피탈에서도 수만건에 달하는 개인정보가 유출된 정황이 포착됐다.
씨티금융지주 회장이기도 한 하 행장을 비롯, 경영진에 대해 문책경고 이상의 제재가 내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게 되면 3~5년내 금융기관 취업이 제한되는 만큼 더 이상 하 행장은 연임을 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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