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황해시대’ 미래를 그리다] ②한중일 공동 역사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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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4-02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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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중ㆍ일 3국 간 과거사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ㆍ중ㆍ일 공동 역사 연구를 진전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22일 동북아역사재단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제5차 한ㆍ중ㆍ일 공통교재 실현을 위한 전문가 워크샵’ 현장이다. 이 워크샵은 동북아역사재단,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역사연구소, 아시아 평화와역사연구소 주관으로 개최됐다. 사진: 동북아역사재단 제공


아주경제 이광효 기자=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 있는 쾨르버 재단에서 한 강연에서 “일본 군국주의는 2차 세계대전 때 중국 난징을 침략해 30여만 명의 군ㆍ민을 도살하는 전대미문의 참상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희생자 수에 대해선 여러 가지 의견이 있다”며 “중국 지도자가 제3국에서 그런 발언을 한 것은 비생산적인 일로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29일 TV도쿄 프로그램에 출연해 안중근 기념관에 대해 “일본으로 이야기하자면 범죄자ㆍ테러리스트 기념관”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국 외교부 조태영 대변인은 30일 논평에서 “상식 이하의 언동으로서, 개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최근 한ㆍ중ㆍ일 3국 간 과거사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한ㆍ중ㆍ일 신동반자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과거사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세 나라 사이의 과거사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좁혀 나가야 한다.

더구나 한국에서는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한국사가 필수 과목으로 지정될 예정이고 일본 정부는 일본사를 고등학교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중국 역시 문과는 대입 시험에서 역사 과목이 필수다. 세 나라 모두 역사 교육을 한층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이런 이유로 한ㆍ중ㆍ일 공동 역사 연구는 그 필요성이 점점 부각되고 있다. 이를 위한 움직임은 정부보다는 민간 차원에서 더욱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지난 2002년 3월 중국 난징에서 개최된 제1회 ‘역사 인식과 동아시아 평화 포럼’에 참가한 세 나라의 전문가들은 동아시아 공동의 역사 인식을 공유하기 위해 공동의 역사 교재를 발간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계기로 ‘한중일3국공동역사편찬위원회’가 구성돼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산하 ‘한중일공동역사교재위원회’ 소속 학자ㆍ교사들이, 중국에서는 ‘중국사회과학원 근대사연구소’를 비롯해 여러 학자들이, 일본에서는 학자ㆍ교사들과 시민단체들이 여기에 참여하고 있다.

한중일3국공동역사편찬위원회는 2002년부터 작업을 시작해 2005년 세 나라가 처음으로 함께 만든 공동 역사 교재인 ‘미래를 여는 역사’를 세 나라에서 동시에 출판했다.

이어 2006년 11월 일본 교토에서 새로운 공동 역사서 발간에 합의하고 19회의 편찬회의 등을 거쳐 2012년 5월 ‘한중일이 함께 쓴 동아시아 근현대사’1ㆍ2를 출판했다.

이 책은 오는 2015년 여름에 영어로 번역돼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교과서 연구기관인 독일 ‘게오르그-에커트 국제교과서연구소’에 국제 교과서로 등록될 예정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한ㆍ중ㆍ일 공동 역사 연구가 추진되고 있기는 하지만 일본과 한국ㆍ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추진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14일 국립외교원 설립 50주년 기념 국제 학술회의 축사에서 동북아시아 공동의 역사 교과서 발간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일본은 적극적인 지지 입장을 밝혔고 중국 역시 부정적인 입장은 나타내지 않아 한때 세 나라 정부 차원에서 한ㆍ중ㆍ일 공동 역사 교과서 발간 작업이 추진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있었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으로 일본과 한국ㆍ중국과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정부 차원에서 한ㆍ중ㆍ일 공동 역사 교과서 발간 작업이 추진되기를 기대하기는 현재로선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 교육부 관계자는 “한ㆍ중ㆍ일 공동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것은 2008년 교육부에 구성된 동북아 역사 대책팀이 주관하고 있지만 외교 관계도 있어 추진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세 나라 모두 대학 입시에 교육이 사실상 예속돼 있는 것도 한ㆍ중ㆍ일 공동 역사 교과서 발간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세 나라 모두 검인정 역사 교과서 체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한ㆍ중ㆍ일 공동 역사 교과서와 다른 역사 교과서의 내용이 다르기라도 하면 큰 후폭풍이 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민간 분야에서 이뤄지는 공동 역사 연구만으로는 세 나라 사이의 과거사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극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세 나라 사이의 정치적 상황과는 상관 없이 정부 차원에서 공동 역사 연구가 지속돼야 하고 교육이 대학 입시에 예속돼 있는 현실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중일3국공동역사편찬위원회의 한국 측 대표를 맡고 있는 신주백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 HK연구교수는 “한ㆍ중ㆍ일 3국 정부가 공동으로 역사 교과서를 발행해 그것으로 학생들을 교육시키는 것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 일본과 한국ㆍ중국과의 관계가 최악일 뿐만 아니라 세 나라는 모두 대학 입시에 목숨을 거는 나라이기 때문에 더욱 어렵다”고 우려했다.

신주백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 HK연구교수는 “세 나라 사이의 정치 상황과는 상관 없이 정부 차원에서 역사 대화의 끈을 놓으면 안 된다”며 “대학 입시에 예속돼 있는 세 나라의 교육도 역사 인식의 차이를 좁히는 데 장애 요인이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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