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한국갤럽이 공개한 ‘부자에 대한 인식 조사(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199명)’에 따르면 우리 국민 절반(47%)이 ‘부자는 보통 사람과 비슷하게 행복하다’고 답하면서도 부자에 대한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았다.
이는 경제민주화 바람이 가세하면서 부자의 개념 중 돈을 잘 쓰는 부의 소비보다 부의 형성 과정을 중요하게 들여다보는 경향이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 부자들의 부 축적 과정에 대한 생각을 물은 결과를 보면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번 부자가 더 많다는 응답이 63%를 차지했다. 그렇지 않다는 대답은 23%에 불과했다.
1% 이상 응답자가 부자로 꼽은 인물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13%),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10%), 유일한 전 유한양행 회장(6%),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2%),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2%), 정몽준 새누리당의원(1%),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1%) 등을 거론했다.
하지만 이들 일곱 명은 1% 이상 응답이 나온 부자일 뿐 전체 응답자의 60%가 ‘존경할 만한 부자가 없다’ ‘모르겠다’ ‘생각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특히 부자들 중 존경할 만한 사람이 더 많은지 그렇지 않은지 물은 결과을 보면 한국인 세 명 중 두 명(66%)은 '존경할 만한 부자가 많지 않다'고 답했다. 존경할 만한 부자가 더 많다는 응답은 19%에 불과했고 15%는 의견을 유보했다.
현재 부자라고 칭할 수 있는 자산 규모는 평균 25억원으로 약 13억원이라고 응답한 21년 전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높아졌다. 그러나 한국인의 절반 가량인 45%는 10억 또는 그보다 적은 돈을 가진 사람도 부자로 보고 있었다. 이는 예나 지금이나 보통 사람들이 쉽게 만질 수 없는 큰돈으로 보기 때문이라는 게 한국갤럽 측의 분석이다.
전 연령대에서 부자의 자산 규모로 10억이 가장 많이 응답했지만 평균 금액은 고연령일수록 낮은 모습을 보였다. 2030세대는 부자의 자산 규모를 33억으로 답했고 4050세대는 22억, 60세 이상은 17억 정도를 부자의 기준으로 뒀다.
우리 사회에서 부자가 되기 위해 더 중요한 조건으로는 53%가 ‘부모의 재산이나 집안’을 꼽았다. 반면 ‘본인의 능력이나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40%로 적지 않아 의견 차가 좁혀지고 있음을 방증했다.
그러나 연령별 의견 차에서는 2040세대 60%, 30대 74%가 부모의 재산이나 집안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60세 이상 71%는 본인의 노력이나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여겼다.
즉 한국 경제가 고성장 일로에 있던 1960~70년대를 경험한 세대는 능력과 노력에 대한 믿음이 강하나 2014년 현재 구직 또는 경제 활동 중심에 있는 세대는 개인의 경제 수준이 ‘물려 받은 재산’으로 결정된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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