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2분기 국내은행의 대기업에 대한 대출태도지수는 -9로 전 분기와 동일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9년 2분기(-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대출태도지수는 기준치가 0으로 100과 -100 사이에 분포한다. 지수가 낮을수록 은행들이 대출영업에 소극적임을 의미한다.
대기업 대출태도지수는 지난해 2분기 0을 끝으로 3분기 -3, 4분기 -6, 올해 1분기 -9로 점차 낮아져 왔다.
서정의 한은 조기경보팀장은 이에 대해 "기업실적 전망이 불투명한 데다 비우량기업에 대한 신용 경계감이 지속되는 영향을 받아 은행들의 대기업 대출은 전분기 수준의 강화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태도는 완화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분기 국내은행의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태도지수는 9로 전 분기 6보다 높아졌다. 서 팀장은 "상반기 영업활동이 본격화되면서 성장 유망업체 등 우량거래처를 중심으로 완화세가 소폭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계 부문도 비슷한 추세다. 수도권 주택시장의 회복 조짐이 확산되면서 주택자금에 대한 대출태도는 6으로 전 분기와 동일했다. 가계 일반자금에 대한 대출태도도 3으로 전 분기 수준에 머무르며 선별적인 완화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신용위험도는 가계와 기업 모두 높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2분기 가계의 신용위험지수는 25로 전 분기와 동일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2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서 팀장은 "가계소득 대비 높은 부채 수준, 소득여건 개선 지연 등의 영향으로 저소득층ㆍ영세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상환능력이 약화될 우려가 높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역시 2분기 13으로 전 분기 수준에서 변동이 없었다. 비우량ㆍ취약업종 기업의 자금조달 애로,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의 경기둔화 우려 등 잠재적 불안요인이 작용하면서 전 분기 수준을 유지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중소기업은 1분기 24에서 2분기 22로 상승세가 둔화했다. 서 팀장은 "소비 회복에 따라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 등 내수 업종을 중심으로 업황 개선이 기대되고 있으나 개선 정도는 다소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출 수요는 대기업과 가계일반자금을 중심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비우량기업의 직접금융 조달능력 저하,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 및 소비심리 개선 등이 요인으로 꼽힌다.
비은행 금융기관의 경우, 상호금융조합 및 상호저축은행에서 중소기업과 가계의 신용위험도가 두드러졌다. 2분기 중 이들의 신용위험지수는 각각 21이었다.
생명보험회사는 10으로 전 분기 수준을 유지했고, 신용카드회사는 중립 수준(0)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대출 수요는 정보 유출로 인한 영업정지 영향을 받은 신용카드사와 저축은행 등에서 부진할 것으로 보이는 데 반해 상호금융과 생보사에서는 확대될 전망이다.
대출태도는 저축은행과 생보사에서 완화기조를 보였고, 카드사와 상호금융은 중립 수준을 기록했다.
한편 이번 서베이는 지난달 6일부터 21일까지 국내 은행과 저축은행, 카드사, 생보사, 상호금융 등 총 173개 금융회사의 여신업무 총괄담당 책임자를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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