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경영혁신-1]삼성, 일본식 ‘수직통합’ 추진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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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4-03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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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미국 기업이 인도네시아에 스마트 시티를 판매한다. 에너지는 셰일가스, 발전은 GE의 가스 터빈, 자동차는 GM이나 포드, 아니면 전기 자동차 테슬라를 패키지로 묶어 수출할 수 있다. 구글은 자동운전기술과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한다. 삼성은 이러한 패키지를 판매할 수 있는가”

귀국을 앞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일본에서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수직통합’으로 결론 내린 것으로 보인다.

수직통합은 그동안 기업들이 지향해왔던 ‘수직계열’과는 다른 형태의 사업 기회를 제공한다.

수직계열이 부품에서 완제품까지 핵심사업에 관련된 전체 사이클을 계열사를 통해 구축하는 것이라면, 수직통합은 범위를 확대해 핵심사업과 관련 전·후방 사업 모두를 하나의 ‘솔루션’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도시바는 원전 플랜트를 주로 판매해왔지만 지금은 우라늄 광산 개발과 스마트 그리드 구축에 필수적인 스마트 미터 등까지 하나의 패키지로 판매하고 있다. 제품의 차별화가 희석되면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일본 기업들은 다양한 역량을 하나로 모아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수직통합’이 유일한 생존의 길이라 보고 사업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러한 일본기업의 변화를 유심히 살펴 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성 속에서 변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시장과 기술의 한계를 돌파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 회장은 이제 하나의 제품만으로 회사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시대는 지났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그는 한계 돌파의 출발점은 제품이 아닌 ‘솔루션’에서 찾아야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솔루션의 전제조건은 개별 계열사가 삼성전자와 같은 수준의 일류 기업의 위상을 갖춰야 한다. 즉, 삼성전자만의 ‘삼성’이 아니라 모든 계열사들의 ‘삼성’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삼성이 추진하고 있는 사업재편을 살펴보면 계열사의 규모를 키워 글로벌 경쟁사들과 대등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이 회장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제일모직에서 직물·패션 사업을 떼어내 삼성에버랜드에 넘기면서 사업재편에 돌입했다. 이어 삼성SNS와 삼성SDS의 합병이 이뤄졌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보유한 삼성코닐정밀소재 지분 전량을 코닝에 매각했고, 지난달 31일에는 삼성SDI의 제일모직 흡수 합병을 확정했다.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간의 역할 조정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사업재편을 통해 계열사들의 역량이 일정 수준에 오르면 삼성그룹은 이들을 하나로 묶은 패키지형 사업 창출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수직통합 작업은 이 회장의 후계 구도는 자녀들간 그룹 분할이 아닌, 오너 일가의 집단 경영체제 구축을 위해 진행되는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재계에는 이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자·금융 계열사를 맡고,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호텔·건설·중화학을, 차녀인 이서현 제일기획 사장이 패션·미디어를 맡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수직통합의 핵심이 전 계열사의 역량을 하나로 끌어모은 것 인만큼 분할이 아니라 ‘삼성’이라는 한 지붕아래에서 세 자녀가 해당 사업을 관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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