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입맛에 맞는 기사만 쓰라는 건설사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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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4-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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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권경렬 기자 =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O'건설 본사 로비에는 십여명의 노동자들이 몰려와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하도급업체에서 3000여만원의 임금을 체불했다는 것이다. 기자는 당시 해당 업체 기자실에 있다가 상황을 파악하고 기사를 썼다.

'O'건설은 도의적 책임에 따라 하도급업체의 체불임금을 대신 지불하고 해당 업체에게 청구하겠다고 해명했다. 이 내용 역시 기사에 충분히 반영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해당 건설사 홍보팀장은 기자실로 내려와 "기자실을 운영하는데 이런 기사를 쓰면 어떡하냐"고 하소연했다. 다음날 다른 직원은 "윗선에서 기자실 운영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고 실망했다"고 전했다.

기자실을 운영하지 않았다면 이정도 기사는 기자에게 포착되지 않았을 것이고, 따라서 기사가 나올 일도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정부기관이 아닌 일반 기업에서 기자실을 운영하는 곳은 많지 않다. 보통 대기업에서 기자들의 취재 편의를 봐주기 위해 전화기와 인터넷이 연결된 공간을 제공한다. 하지만 기자실을 운영한다고 그 기업에 대해 좋은 내용만 보도한다면 기자의 존재 자체가 의미가 있을까. 

기업 홍보팀의 역할은 기업의 이미지를 관리하는 것이겠지만 기자의 역할은 정보전달뿐만 아니라 담당 출입처에서 일어나는 일 중 유의미하고 사회에 알려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들을 보도하는 것이다. 기업 입맛에 맞는 기사만 쓰라는 것은 기자를 홍보도구로 생각한다고 해석할 수 밖에 없다.

기업이 자사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기사가 나갔을 경우 대응 방법은 여러가지다. 기사가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정정보도를 요구할 수 있다. 반면 팩트일 경우엔 충분히 자사의 입장을 밝히고, 기사에 반영되도록 홍보를 하는 게 맞다. 사실관계가 틀리지 않는 데 자사의 이익과 맞지 않는다고 기자실 운영의 필요성을 운운하는 것은 홍보실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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