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경영자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마하경영’이라는 화두를 던진 것은 여느 때와 같다. 그런데, 전체적인 밑그림을 제시하고 그 그림에 따라 개편작업을 하는 ‘톱-다운 방식’이 아니라, 계열사들의 사업을 먼저 바꾸면서 전체 그림을 맞춰나가는 ‘보텀-업 방식’을 전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다 보니, 삼성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예측과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삼성그룹 내부에서조차 완성된 그림의 윤곽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이 짙은 글로벌 시장 환경 속에서 ‘정답’을 찾기란 사실상 어렵다. 불가능한 정답 찾기에 힘을 소모하기보다는 데 다양한 ‘해답’을 만들어 놓고 상황에 따라 하나씩 꺼내 시도해보는 실천이 더 낫다는 것이다.
새로운 조합은 전혀 다른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이 회장이 원하는 삼성의 미래상은, 더 이상 새로운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 수 없다면, 계열사 간 역량 조합을 통해 세상에 없었던 가치를 창조하는 삼성이 되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삼성에서 진행하고 있는 일련의 변화를 놓고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자녀들에게 사업을 나눠주기 위해서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자·금융 계열사를 맡고,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호텔·건설·중화학을, 차녀인 이서현 제일기획 사장이 패션·미디어를 맡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융복합 사업 전개는 ‘전자만의 삼성’으로 이뤄낼 수 없다. 또한 호텔·건설·중화학만 가지고 나간 이부진 사장의 다른 삼성도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삼성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계열사가 ‘삼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하나의 기업처럼 움직여야 더 큰 성공을 추진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거 이병철 창업주 시대처럼 형제·자매들에게 개별 사업을 맡겨 분가시키기보다는 ‘삼성’이라는 한 지붕 아래에 있는 것이 더 낫다. 삼성에서 분리된 CJ그룹과 신세계그룹, 한솔그룹 등은 말만 ‘범 삼성가’일 뿐, 엄연한 남이 된 상황을 보면 특히 그렇다.
그렇다면 이 회장 이후 삼성의 후계구도는 선대회장 때처럼 ‘분가’, ‘독립’이 아닐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다.
또한 사업 환경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고, 그에 따라 그룹 경영을 오너 1인이 모두 책임질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오너 일가들이 함께 경영을 맡는 ‘집단 경영체제’로 가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인데, 그렇다면 이 회장 이후의 삼성은 3남매가 함께 경영을 책임지는 형태로 경영구조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물론, 삼성의 미래는 이 회장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3개월여의 해외체류를 마치고 귀국할 예정인 그가 어떤 삼성을 제시할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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