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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환경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2015년 시행 예정인 ‘저탄소 협력금’ 제도를 놓고 부담금 금액을 낮추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일단은 관련부처 공동으로 전문기관들에 의뢰한 용역성과물이 나오면 이달 중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 온실가스 배출 줄이는 ‘저탄소차 협력금’…왜?
현재 우리나라의 중·대형차 비중은 프랑스(26%)·영국(34%)·일본(30%) 보다 두 배를 웃도는 72%를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경·소형차의 선호보단 중·대형차에 쏠려있어 온실가스 배출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는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경·소형 승용차 등 저탄소차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중·대형 승용차에 부담금을 매기자는 취지다.
다시 말해 보조금이 지급되는 저탄소차로 소비자 구매를 유도해 각종 발암물질 등 스모그의 주범인 교통수송부문의 환경오염을 줄이자는 정책이다.
하지만 중·대형차 판매 비중이 큰 자동차 제조사들은 기업부담이 크다며 강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아울러 현대·기아자동차뿐만 아니라 쌍용차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논리가 가세하면서 저탄소 협력금에 대한 원안 추진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예컨대 저탄소차협력금제도가 시행되면 쌍용차 37개 모델 중 95%인 35개 모델이 100만원~700만원의 저탄소차 협력금을 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환경부는 현재 보조금·부담금 구간·금액을 놓고 관계부처와 검토하고 있다며 확정된 바 없다는 설명이나 지난해 발표한 부담금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쪽으로 설정할 공산이 커 보인다.
◇ ‘국산차 역차별’ VS ‘미국차 차별론’ 여론몰이
산업계의 성장통을 짊어진 산업부도 업계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환경부와 날선 대립각을 세우는 분위기다. 그러나 ‘국산차 역차별’ 여론몰이는 미국 측 주장이 등장하면서 설득력을 잃어버린 모양새다.
오히려 해당 제도가 도입되면 국산차보다 해외차가 더 많이 부담해야 한다며 ‘미국차 차별론’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대형차가 많은 미국산 수입사가 과도한 부담금을 받을 수 있는 입장을 표출하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여부도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저탄소차협력금제도는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CO2 감축을 목적으로 소비자가 신차를 구매할 때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CO2량을 기준으로 보조금을 받거나 부담금을 납부하는 제도”라며 “차종간 세율 확대가 아닌 국가의 세수 확충 목적으로 부과하는 세금과도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자동차 제작사가 대상이 아닌 점은 한·미 FTA 협정 합의사항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산 자동차의 부담금 논란에 대해 “저탄소차협력금제도에 따른 부담금 금액 등은 확정된 바 없다”면서도 “관련부처 공동으로 전문기관들에 의뢰한 용역성과물이 나오는 대로 4월 중 업계 의견 등을 반영해 확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역차별 여부 판단은 중립구간·보조금·부담금 관련 사항이 정리돼야 판단 가능하다는 해석도 내놨다. 보조금 또는 부담금보다 상대적으로 차량가격 자체가 큰 변수이기 때문이다. 보조금·부담금 수준, 차량가격, 소비자 선호도 등 종합적인 고려가 필요하다는 게 환경부 측의 설명했다.
◇ 그들만의 억지…완화에 따른 우려도
지구를 살리려 정책을 고안하는 환경부가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맑은 공기를 되돌리기 위해 내민 카드를 ‘좋은 규제’로 봐야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환경 규제는 사회적 규범으로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는 게 환경 단체들의 문제제기다.
환경문제를 등하시한 채 지나친 산업화에만 치중한 나머지, 이제와 환경 규제가 산업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점도 환경 기술 발전을 위한 투자가 미흡했던 기업의 책임으로 지적하고 있다.
환경 규범을 완화하거나 폐지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국토가 입게 돼 돌이킬 수 없는 폐해를 낳을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특히 저탄소차협력금제도로 인한 효과는 저탄소의 에코 차량이 늘어나는 등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 차량의 기술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더 나아가 석유 등에 의존한 에너지가 아닌 전기 등 친환경연로를 향한 보급이 확대돼 친환경에너지타운 조성과도 부합된다는 미래 환경 청사진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 자동차 업계는 크고 탄소가 많이 배출되는 중대형차량에 의존도가 강한데다, 저탄소 기술력도 걸음마 수준에 불과해 국내 자동차 업계가 떠 안을 기업 부담은 정부가 덜어줘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럼에도 환경 단체들은 “2015년 도입을 앞둔 저탄소차협력금을 폐지하자는 것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저탄소차를 구입하겠다는 시민들이 아니라, 연비가 낮은 중대형차를 보급하겠다는 자동차회사들만을 위한 억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라의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해 저탄소차협력금제도 등은 유지돼야한다”면서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고 필요한 규제를 강화하는 균형있는 개혁은 반드시 지켜져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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