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창조 복지의 서막을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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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4-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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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조진호 국민건강보험공단 부산지역본부장

약 한 달 전 서울 송파구에서 세 모녀가 주검으로 발견된 사건이 있었다. 12년 전 아버지가 암으로 사망한 뒤 세 모녀는 어머니의 식당 노동과 작은 딸의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이어왔다.

그러나 두 딸은 어려운 생활과 지병으로 신용불량자가 됐고, 병원비 부담 때문에 치료도 포기하고 지내왔다고 한다. 어머니는 지난 1월 팔을 다친 후 식당 일조차 하지 못했지만 그들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렇듯 가난한 국민들은 꼭 필요한 복지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다. 손톱 밑 가시같은 복지기준 때문에 마지막 복지마저 거절당하기도 한다.

오바마 대통령도 부러워했다는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지만 국민 누구나 한번씩은 이런 경험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 후 소득이 없는데도 약간의 재산이 있다는 이유로 직장을 다닐 때보다 더 많은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는 비정상적인 보험료 부과 체계 때문이다.

작년 한해 동안 국민 1인당 1건이 넘는 5730만건의 관련 민원이 발생한 것만 봐도 비정상적인 제도로 인한 국민 불편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다행인 것은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개편이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공단이 소득 중심의 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안을 마련해 정부에 건의한 데 따른 조치다.

이처럼 우리 사회 전반에는 복지를 위협하는 내재 요인들이 많다. 이에 정부는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추진과제를 통해 복지의 손톱 밑 가시를 뽑아내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민이 생활 곳곳에서 체감하는 가시같은 비정상적인 요소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 부처와 유관 기관이 벽을 허물고 많은 부분에서 정보를 개방·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정부 3.0 기조와도 일맥상통한다.

우리나라 사회보장의 중심인 건강보험공단은 이 같은 숨겨진 위험 요소를 찾고 해결하는 데 발벗고 나서고 있다. 건강보험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국민 편의를 증진시킨 우수한 사례들이 많다.

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 자료로 운전면허 신체검사를 면제받을 수 있게 한 제도가 대표적이다. 그동안 운전자들은 운전면허 갱신기간이 지나면 반드시 운전면허시험장을 방문해 신체검사를 받아야 해 많은 불편을 느껴왔다.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건강보험공단과 도로교통공단, 보건복지부, 경찰청이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

실종자와 가출자를 찾기 위해 건강보험 진료 내역과 경찰청 교통사고 기록을 활용한 것도 모범 사례로 꼽힌다.

지금까지 이를 통해 실종자 1188명 가운데 366명의 소재를 확인했다. 소재 확인자 가운데 141명을 찾아 가족 만남을 주선하기도 했다.

건강보험공단이 국민 건강을 크게 위협하는 흡연으로 인한 피해를 구체적인 통계로 산출하고, 이를 분석해 대처하는 노력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정부는 창조경제와 국민행복을 어젠다로 부처 간 성역없는 융·복합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고자 적극 노력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도 이에 맞춰 국민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복지와 신청하지 못해 누리지 못하는 복지가 생기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국민 불편 요소를 찾아내고 개선하는 데 앞장설 것이다.

오스트리아 경제학자인 조지프 슘페터는 ‘진화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며 창조적 파괴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건강보험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사회보장 제도가 부서 간 벽을 허물고 비정상적 관행을 파괴할 때 정부 3.0을 기반으로 한 새 시대의 변화를 알리는 창조복지의 서막이 열릴 것이다.

또 세 모녀가 기대했던 의료비 걱정없는 세계 1등 건강나라를 구현하는 밑바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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