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엄격하게 관리하는 할랄(Halal)식품의 기준이다.
이슬람에서는 단순히 먹고 마시는 식품뿐만 아니라 의·식·주 전반에 걸쳐 허용되는 것(Halal)과 금지되는 것(Haram)을 규정하고 있다.
할랄은 아랍어로 '신이 허용한 것'으로 음식, 음료, 원재료, 부자재 등 이슬람 율법하에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제품을 말한다.
할랄식품은 P(Poisonous;독이 있는가), I(Intoxicate;취하게 혼미하게 하는가), H(Hazardous;위험한가)의 기준을 통과해야만 할랄식품으로 등록이 가능하다.
까다로운 검열과 인증절차를 거쳐 등록된 할랄식품은 '깨끗하고 안전하며 친환경적'이라는 인식으로 전환돼 무슬림(이슬람 신자)이 아닌 일반소비자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700조 할랄식품시장을 잡아라'...연평균 20% 신장
이슬람은 아랍이 예언자 무함마드가 610년에 제창한 일신교로 유일한 신 '알라'에 절대적으로 복종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독교, 불교와 더불어 세계 3대종교인 이슬람은 전세계 인구의 29%(20억여명)를 차지하고 있다.
무슬림은 140여개국에 흩어져 살고 있다. 아랍연맹 소속 22개국을 포함해 이슬람회의기구 가입회원국만 57개국에 달한다.
무슬림 수가 가장 많은 국가는 인도네시아이다. 지역적으로는 파키스탄, 인도, 방글라데시 등 인도반도에 가장 많이 분포돼 있고, 아시아에만 14억여명의 무슬림이 있다.
다산을 미덕으로 여기는 이슬람 문화로 인해 높은 출산율, 향상된 건강상태와 경제력, 늘어난 기대수명 등으로 무슬림 인구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1990~2010년 세계 무슬림 인구는 평균 2.2% 늘었다. 2025년이면 무슬림이 세계인구의 30%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구매력이 있는 이슬람권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할랄시장은 매년 20%씩 성장하고 있다. 과거 식품분야에만 한정돼 있던 할랄 산업은 의약품, 화장품, 관광, 금융, 물류 등 서비스 영역까지 확대돼 2000조가 넘는 시장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이가운데 할랄 식품 시장규모는 약 700조원으로 추정된다.
박종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수출이사는 "주요 선진국이 경기 침체를 겪는 가운데 오일머니를 쌓아둔 중동은 왕성한 소비성향을 보인다"며 "의식주와 관련된 기본욕구 충족에 매우 긍정적이서 프리미엄 제품구입에 적극적이고, '알라가 창조한 모든 것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종교원리처럼 소비는 관대함에 따라 할랄시장은 고성장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너도나도 할랄시장 진출…네슬레 1980년부터 적극 공략
호주·브라질 등 낙농국가나 무슬림 거주인구가 많은 독일·네덜란드·프랑스 등 유럽국가는 할랄 산업에 적극 대처하고 있다.
프랑스 유통기업 '오샹'은 전국 47개 대형마트 가운데 23곳에 할랄 식품을 비치했다. 일본은 230여개의 업체가 할랄 제품 도입에 적극적이다. 일본기업들은 말레이시아에 현지공장을 설립해 할랄 식재료, 식품, 어육 가공제품 등을 생산하고 있다.
브라질에서도 할랄 도축 시설을 갖추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소비하는 닭의 대부분을 공급하고 있다. 호주는 세계에서 할랄인증을 받은 양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이다.
네슬레, P&G, 맥도널드, KFC 등 다국적 기업도 할랄 시장 진출에 적극적이다.
할랄인증 선두업체로 불리는 스위스의 '네슬레'는 1980년부터 할랄 전담분야를 만들어 전세계 85개 공장, 154개 제품의 할랄인증을 받았다. 네슬레는 인도네시아, 터키, 말레이시아를 무슬림 3대핵심지역으로 선정하고, 말레이시아를 할랄식품의 연구 및 생산거점으로 선택함으로써 할랄제품 확대공급, 유럽내수시장 진출 등을 노리고 있다.
KFC는 영국 전역에 할랄버거 매장 100여곳을 운영하고 있다.
할랄제품은 식품시장을 넘어 관광, 금융 시장에도 깊숙히 진출해 있다.
세계 최대 항공식품 납품업체인 스위스의 게이트그룹은 할랄 기내식을 제공하기 위해 런던 히드로 공항에 300만달러 규모의 설비를 마련했다.
이슬람 금융은 금전대여에 따른 이자수취금지, 이익 및 손실을공유하는 파트너십 등의 원칙을 이행한 금융거래만 통용된다는 '샤리아'를 준수한다. HSBC 등 글로벌 금융기업은 샤리아에 의한 이자금지 율법을 따르는 금융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크라운제과 등 우리기업도 할랄시장 공략
크라운제과는 국내 제과업계 최초로 '싱가포르 MUIS 할랄'인증을 취득했다. 싱가포르 MUIS 할랄은 말레이시아 JAKIM, 인도네시아 MUI와 함께 가장 공신력있는 세계 3대 할랄인증기관으로 꼽힌다.
CJ 제일제당도 햇반과 하선정김치 등 43개 제품에 대해 말레이시아 공식 할랄인증기관 JAKIM으로부터 인증을 받았다.
할랄 인증마크가 부착된 한국산 농식품
국내에서 만드는 라면스프와는 다른 제작방식으로 이슬람 수출 라면 제품을 개발한 풀무원도 할랄 인증을 받는 데 성공했다.
◇할랄산업 제대로 알고 접근해야
성공적인 할랄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무슬림 소비자의 종교적·문화적 차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aT는 조언한다.
이슬람 소비자 3대 소비키워드는 할랄·절제·합리적인 가격이다.
이슬람에서는 다른사람을 속이거나 착취하는 등의 이윤추구 행위를 엄격하게 금하고 있기 때문에 제품가격에 과도한 이윤이 붙어있거나 품질에 비해 가격이 비싼 제품 등을 꺼려한다. 무슬림은 제품의 원료나 품질이 소비자의 상식에 맞게 책정되거나 중저가의 실용적인 상품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할랄 인증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도 중요하다.
인도네이사에 진출한 싱가포르 제과점 'Breadtalk'은 MUI로부터 할랄인증을 받았지만 인증마크를 가게에 게시하지 않아 한동안 이슬람 고객으로부터 외면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이사는 "할랄인증은 수출을 위한 필수 요소는 아니지만 수출국 주력시장 공략을 위한 필요요소"라며 "할랄인증을 받은 기업은 제품포장에 마크를 붙이는 등 할랄 제품임을 대대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적극적인 무슬림시장 공략을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할랄 식품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 이사는 "한국은 아직 할랄산업에 대한 국가적 관심도가 낮다"며 "독자적인 할랄 인증 시스템 구축이 어려운 만큼 할랄인증 국가와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윤동진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은 "할랄시장 수출 확대를 위해 할랄식품 전문박람회(MIHAS) 참가, 체계적인 연구개발, 한국이슬람중앙교회 인증기관 등록 지원, 홍보 등 마케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20억 인구의 미개척시장인 할랄 시장공략에 적극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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