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완다 대학살 20주기, 국제사회 반성 움직임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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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4-08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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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광효 기자=20세기 아프리카 현대사의 최대 참사로 여겨지고 있는 르완다 대학살 20주기를 맞아 국제사회에서 반성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7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르완다 수도 키갈리를 방문하고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6일자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 기고에서 “20주년을 맞은 르완다 대학살과 같은 불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제사회가 단결된 노력에 나서야 한다”며 “르완다 대학살이 발생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세계의 정치 지도자들은 여전히 위험을 내버려두고 있다”고 말했다.

반기문 사무총장은 “매일 수백 명이 희생되고 있는 시리아 내전과 같은 상황으로 지금도 무고한 주민들이 학살 위협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재정ㆍ군사적 지원 노력 없이는 이런 상황은 극복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CNN에 따르면 반기문 총장은 지난 5일 종교ㆍ종족 분쟁으로 유혈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수도 방기를 방문해 한 연설에서 “20년 전 국제사회는 르완다에서 참사가 발생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며 “오늘날 우리(국제사회)가 중아공에서 또다시 그런 위험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6일 워싱턴에서 “르완다 대학살은 (우발적인) 사고가 아니고 피할 수 없는 참사도 아니었다”며 “(당시) 세계가 좀 더 신속히 대처하지 못했던 점은 우리에게 잔인함이 아니라 불쌍하고 가엽게 여기는 마음을 택해야 한다는 것을 상기시킨다”고 말했다.

국제구호개발옹호단체인 월드비전은 6일 오전 11시 30분 홍익대 앞 ‘걷고 싶은 거리’에서 르완다 대학살 희생자 추모식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를 개최했다.

이날 추모식에는 대학살 당시 살아남아 현재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유학하고 있는 아지즈(38) 르완다 정부 행정위원회 최고행정관 등 한국에 있는 르완다 유학생 6명과 한국인 월드비전 청년 서포터스 2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르완다 대학살은 서구의 불의한 식민지 정책에 기인한 것”이라며 “대학살과 같은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국가를 넘어선 전 지구적 노력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르완다 대학살 20주년을 맞아 프랑스 책임론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BBC 등에 따르면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은 지난 5일 발매된 아프리카 시사 주간지 ‘죈 아프리크’(Jeune Afrique)와의 인터뷰에서 “벨기에와 프랑스가 르완다 집단학살의 정치적 준비과정에 직접적인 역할을 했다”며 “당시 르완다 남부지역에서 인도적 임무를 수행했던 프랑스 군인들은 대학살의 공범이자 주역”이라고 비판했다.

폴 카가메 대통령은 “20년이 지난 지금 나는 ‘프랑스가 당시 집단학살이 벌어질 때 민간인을 살리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대학살 당시 프랑스 외무장관이었던 알랭 쥐페는 “카가메의 발언은 역사를 날조한 것”이라고 반박했고 베르나르 쿠슈네르 전 프랑스 외무장관도 “프랑스의 정치적 실수를 비판할 수는 있지만 대학살에 직접 참여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프랑스 외무부는 “카가메 대통령이 프랑스의 대학살 참여를 주장한 것은 화해에 역행하는 언사”라며 “크리스티안 토비라 법무장관의 르완다 20주기 추모행사 참석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르완다는 벨기에의 식민지였다가 지난 1962년 독립했다. 독립된 후에도 다수의 후투족과 소수의 투치족의 반목으로 정정 불안 상태가 지속되다가 1994년 4월 후투족 출신 대통령이 암살되자 대학살이 자행됐다.

불과 100여 일 만에 투치족 약 80만 명과 온건파 후투족 수만 명이 희생됐다. 이 학살극은 카가메 현 대통령이 이끄는 투치족 반군이 정권을 장악하면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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