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전쟁 직후인 1950년대 말에 탄생한 <이브>는 사실적 재현에서 벗어난 왜곡된 인체를 통해 인간의 본질에 대해 물음을 던지는 작품이다. 작품의 거친 표면과 팔다리가 잘린 듯한 형상은 작가가 사춘기 시절에 겪은 전쟁의 참혹한 현장을 연상시킨다. 폐허를 딛고 일어서는 인간의 모습은 모든 것이 파괴된 상황 속에서 발현되는 생명에 대한 본능적인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과천관에서 3년간 주요작가 22명을 선정 '한국현대미술작가시리즈'로 여는 조각 부문 첫 전시다.
1950년대 말부터 2014년까지 60여년 활동을 조망하는 회고전으로 그의 대표작 약 200점이 소개된다.
1960년대 작가의 데뷔 작품으로 큰 주목을 받은 인체 조각 '이브'에서 시작하여, 서예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한국적 조각의 뿌리를 탐색하기 시작한 1960년대 후반의 '천·지·현·황'과, 생명에 대한 관심을 본격적으로 형상화한 1970~80년대의 '태가 전시된다. 또한 더욱 근원적인 형태로 환원된 1990년대 이후의 'O'까지 전시되어 작품세계를 총체적으로 살펴볼수 있다.

<태 78-13>, 1978년, 청동, 66x77x70cm
최만린은 일제시대와 한국전쟁 등 한국 근현대사의 격변기를 몸소 체험한 작가이자 해방 이후 국내에서 미술교육을 받은 첫 세대다. 단절된 전통의 계승과 현대성의 조화라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평생에 걸쳐 부단히 노력했으며, 한국적 조각의 정체성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자기 성찰을 통해 독자적인 조형언어를 구축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02)2188~6000.

<태 96-16>, 1996년, 청동, 195x105x17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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