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 4대악 보험 개발 노력 헛수고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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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4-09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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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정치민주연합 이학영 의원 "상처 입은 피해자 두 번 울린다"

새정치민주연합 이학영 의원

아주경제 장기영 기자 = 성폭력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을 돈으로 보상하는 4대악 보상보험이 정치권의 질타를 받았다.

금융당국의 신중하지 못한 접근이 도마에 오르면서 상품 출시가 지연되거나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학영 의원은 9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금융감독원에 대한 질의를 통해 “성폭력, 가정폭력 등의 피해 당사자가 느끼는 정신적 피해와 고통은 양적 수치나 통계로 측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으로 50만, 70만, 100만원을 정액으로 지급한다는 것은 자칫 상처 입은 피해자를 두 번 울리는 것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4대악 보험은 박근혜 대통령의 중점 추진 과제인 4대악 척결의 일환으로 학교폭력, 성폭력, 가정폭력, 불량식품 등 4대악 관련 피해를 보상하는 상품이다.

4대악 척결 범국민운동본부의 제안에 따라 현대해상이 상품을 개발했으며, 현대해상은 금감원에 최종 판매 인가를 신청한 상태다.

이 의원은 4대악 보험은 기본적으로 보험의 속성과 동떨어진 상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보험의 근본적 목적은 미래에 일어날지도 모르는 사고에 대비하는 것인데 가정폭력, 성폭력 등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그에 대비하는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인가”라며 “그러한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할 의무가 있는 지방자치단체와 학교 등이 사건 발생을 기정사실로 가정하고 보상용 보험에 가입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11년 발생한 고려대 의대 성추행 사건을 예로 들어 피해 사실 입증의 한계를 지적하고, 2차 피해 양산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고대 의대 성추행 사건 사례에서 보듯 성폭력 등이 명백한 상황에서도 피해자들은 가해자 측으로부터 사건을 은폐하거나 합의해 달라는 압력에 시달리는 경우가 허다하고, 불응할 경우 각종 인신공격과 신상 공개 협박에 시달리기도 한다”며 “경찰과 양해각서를 체결해 경찰이 피해 사실을 입증하면 보험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하지만, 현재 법정에서도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여부와 책임을 입증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또 “경찰이나 검찰 심지어 의료기관에서도 피해자 정보 유출과 인격 훼손 등 2차 피해가 종종 발생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공공기관이 아닌 보험사까지 끼어들 경우 보상금 산정과 피해 입증 과정에서의 2차 피해, 정보 유출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가 심각해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금감원에 보다 신중한 사전 심사를 주문해 향후 상품 출시에 난항이 예상된다.

금감원은 약관과 사업방법서 등 행정적 문제만 없다면 상품에 출시가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최수현 금감원장이 직접 나서 상품 출시를 독려하기도 했다.

그는 “(4대악 보험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보험인지 저의를 알 수 없다”며 “피해자들의 인권 침해 소지가 있는 보험상품 출시에 대해서는 단순히 절차적 합리성만으로 접근해서는 안 됨에도 불구하고, 사전 심사를 담당하고 있는 금감원의 대응은 지극히 안일하기만 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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