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장성택 처형 이후 새로운 북한의 권력구도 재편이라는 명분보다 기존 인물들을 유지시킴으로써 체제 안정에 무게 중심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헌법상 최고 통치기구인 국방위원회는 2년 전 김정일을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추대하고 김정은을 제1위원장을 수뇌로 하는 통치기구체계를 고수했고 국방위원회,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내각 등 주요 권력기구 체계는 물론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박봉주 총리 등 국가기구 책임자들도 유임됐다.

1994년 7월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후 김정일의 국방위원장 재선출로 본격적인 김정일 시대를 연 1998년 9월 제10기 최고인민회의 1차회의에서 주석제를 폐지하고 대대적인 권력기구 개편과 인사를 단행했던 것과 사뭇 비교되는 대목이다.
북한은 또 지난 2년여간 당 대표자회와 당 중앙위 전원회의, 당중앙 군사위원회와 정치국 회의 등을 통해 단행한 수차례 인사로 김정은 체제를 이끌어갈 간부 진용을 이미 구축했다는 점도 이번 회의에서 인사 재편에 큰 변화가 없었던 요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이 장성택 대신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자리를 맡으며 김정은 체제의 권력 실세로 전면에 나서는 것이 눈에 띈다.
최룡해는 김정은 정권 출범과 더불어 군 총정치국장, 당중앙 군사위 부위원장, 정치국 상무위원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하지만 장성택에 밀려 군 총정치국장 위상에 맞는 국방위 부위원장을 맡지 못했던 것을 장성택 숙청 주도 후 이번 회의에서 부위원장으로까지 올라가며 김정은 체제의 실세임을 보여줬다.
이와 함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비자금 관리를 한 것으로 알려진 리수용 전 스위스 대사가 외무상으로 임명된 것도 주목된다.
이는 스위스 등에서 오래 머물려 익힌 국제적 감각과 김정은이 스위스 유학 당시 후견인 역할을 요인들이 얽혀 외무상 자리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리 외무상은 하지만 장성택 처형 후 그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면서 그와 함께 처형됐다는 설이 돌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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