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만이 중소기업 살린다] <중> 누구를 위한 규제개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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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4-10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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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강규혁 기자 ="국내 소규모 문구점 1만 5751개의 60%를 차지하는 9400여곳의 연평균 매출이 2400만원에 불과합니다. 비용을 제외하고 나면 월 순수익은 100만원도 채 안돼요. 특히 대형마트들은 반값ㆍPB제품으로 대규모 마케팅에 나서면서 영세 문구점들은 배겨낼 재간이 없습니다"

문구업계는 지난해 8월 동반성장위원회에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했다. 조속한 처리가 진행되지 않아 지난 2월에는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전국문구점살리기협회, 야당의원 등이 참여해 노숙 철야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최근에야 '문구소매업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을 위한 조정협의체'를 구성하고 의견 조율에 들어갔지만 논의 과정은 가시밭길이다. 대형마트 측에서 납품업체의 피해 우려와 소비자 선택권 침해를 이유로 규제가 능사는 아니라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첫 번째 만남은 아무런 소득 없이 입장차만 확인하고 끝났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개혁 드라이브에도 불구, 중소기업계 내부에서는 파열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규제개혁 및 완화를 위한 타당성 검토, 특혜성 규제에 대한 판단, 실질적 효과에 대한 의문제기, 보여주기식 규제 완화 등 시행 단계에서부터 예상됐던 논란이 상당수다.

그러다보니 중소기업 입장에선 실질적 혜택을 얻기는 애초부터 힘들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대표적인 규제 사례로 부각된 푸드트럭 문제의 경우, 소위 위로부터의 규제개혁 의지가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진 사례다.

지난달 20일 진행된 '제1차 규제개혁 장관회의 및 민관합동규제개혁 점검회의'를 통해 어느 정도 해결의 실마리가 잡혔다.

이날 배영기 두리원 FnF 사장은 "푸드트럭이 식품위생법상 규제로 영업 자체가 불법이고, 자동차 관리법상의 문제로 일반트럭의 푸드트럭 개조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에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른 시일 내에 1톤 화물차의 푸드카 변경이 적법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답했고, 정승 식약처장도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구조개선이 합법적으로 이뤄졌다는 자동차등록증만 첨부하면 푸드트럭 영업을 허용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형평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형태가 다르다는 이유로 푸드트럭만 합법화하면 기존의 노점상들만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에서다. 인근 상가나 대형마트, SSM, 편의점 등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속도전이나 수치화ㆍ정량화를 앞세운 '보여주기식' 규제완화에 대한 지적도 많다.

정부는 올해 안에 규제 총량을 10% 감축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목표대로면 연내 전체 등록규제의 수가 1만 4000건대로 줄어든다. 규제비용총량제라는 개념이 도입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자연히 이러한 규제개혁 추세에 적극 동참해야 하는 정부기관이나 지자체가 지나친 경쟁 속에 공수표만 남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규제개혁을 추진하는 각 부처별 판단기준과 개념 자체에 대한 혼선도 중소기업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부산의 한 중소제조업체 임원은 "작년에 시설 증축을 진행하며 몇 가지 규제로 인해 애로사항이 많았다. 당시 소관부처에서는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하더니 규제개혁이 진행되면서 갑자기 해당 규제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증가하던 공급량을 맞추기 위해 진행했던 일이라 이제와서 규제가 풀려도 우리 입장에선 별반 이득이 없다"며 "처음부터 규제 자체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가 됐더라면 이런 일은 없지 않았을까"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전반적인 풍토가 규제개혁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있지만 정작 중소기업이 필요한 것은 정당한 경쟁과 상생을 위한 '규제' 설립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중소기업연구원 관계자는 "규제라는 것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강화된 면도 고려해야 한다"며 "중소기업 중 특히 소상공인이나 영세 자영업자들의 경우 체감도가 떨어지는 규제개혁이나 완화보다는 오히려 자신들을 지켜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규제를 필요로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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