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는 좁은 공간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쇼. 출연자는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속내를 토해내면서 그 안에서 울기도 했고 웃기도 했다. 그들이 눈물과 함께 쏟아낸 진심은 시청자에게 감동을 선사했고 오늘날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이하 '힐링캠프')와 같은 후발 토크쇼의 창시 프로그램이 됐다.
공형진과 이영자가 몰았던 '택시'가 파워풀했다면, 김구라, 홍은희가 이끄는 '택시'는 잔잔한 무게가 있다. '택시'는 MC 교체와 동시에 제작진 교체로 변화를 모색했고, 조금 더 진솔한 토크의 장으로 변태했다.
윤상진 PD, 김종훈 PD, 박성재 PD를 거쳐 메가폰을 잡은 이윤호 PD는 최근 아주경제와 만난 자리에서 "'복귀'나 '컴백'을 앞둔 스타들이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진심으로 다가가면 모두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그의 입과 눈에는 '확신'이 서려 있었다.
JTBC '마녀사냥'이 인기를 끌면서 토크쇼의 형식도 변화하고 있다. 일명 떼토크. 다양한 연령층과 다양한 직업군 등이 동시에 출연한다. 말 그대로 떼를 지어 나온 게스트가 서로의 입담을 겨루기에 급급한 프로그램을 두고 우리는 떼토크라고 부른다.
이윤호 PD는 떼토크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시점에서 '택시'처럼 게스트 혼자 웃고 떠드는 토크쇼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고민했다. '무릎팍도사'가 폐지된 이후 '힐링캠프'와 나란히 그리고 묵묵히 같은 길을 걷고 있다며.
"제가 '택시' 연출을 맡은 이후부터 고민은 계속 하고 있어요. 하지만 아직까지 정확하게 확립된 콘셉트 같은 건 없어요. 어렵더라고요. 단지 연예인들이 말할 수 있는 창구가 되고 싶은 거에요. 그런데 거기에서 오는 딜레마가 있죠.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연예인이냐 아니냐 하는거요. 시청률과 이슈의 사이에서 고민해요. 관심의 척도가 시청률인데, 게스트마다 시청률의 편차가 크니까요. 그 갭(Gap)을 줄이는 게 목표에요."
'택시'는 낮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이슈메이커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방송을 보지 않은 사람들도 누가 출연했었는지, 혹은 무슨 말을 했는지에 대해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시청률과 이슈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이윤호 PD는 "그래도 본방송을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이윤호 PD가 섭외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도 그것이었다. 그는 대중이 궁금해하는 스타가 방송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면 그들의 진심이 통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면 '택시'는 시청률을 떠나 스타와 대중 사이에서 소통의 장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란다.
"일반 사람들이 살면서 몇 번의 굴곡을 겪어봤겠어요. 시청자는 자극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사실 스토리를 가진 사람은 별로 없잖아요. 누가 나오느냐에 관심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스타의 스토리를 들어주려고 하는 시청자는 별로 없는 것 같아 속상할 때도 있죠."
이윤호 PD가 지금까지 만난 스타는 모두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내고 갔다. '택시'에서 '힐링' 받았던 스타들. 그들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쏟아내는 데에는 홍은희와 김구라의 역할이 컸다.
"사실 김구라 씨도 궁금하면 못 참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래서 현장에서 즉석에서 묻는 질문도 많아요. 직접 운전을 하면서 게스트를 안전하게 모셔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독설이 약해진 것은 사실이죠. 홍은희 씨가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힐링캠프'와 더불어 토크쇼의 양대산맥을 이어가고 있는 '택시'. 시청률과 이슈 사이에서 끝없이 고민하고 있는 이윤호 PD와 김구라, 홍은희가 만들어갈 또 다른 '택시'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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