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10일 오전 10시 폐암으로 사망한 김모씨의 유족 등 흡연 피해자 30명이 국가와 KT&G를 상대로 낸 2건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담배소송과 관련해 대법원 판단이 내려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최근 건강보험공단이 준비 중인 수백억원대 규모의 담배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재판부는 "KT&G가 제조한 담배에 설계상, 표시상의 결함이나 그 밖에 통상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이 결여된 결함이 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담배의 위해성에 관한 정보를 은폐했다고도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담배소비자는 안정감 등 니코틴의 약리효과를 의도해 흡연을 하는데 니코틴을 제거하면 이러한 효과를 얻을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니코틴이나 타르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채용하지 않은 것 자체를 설계상의 결함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폐암은 흡연으로만 생기는 특이성 질환이 아니라 물리적·생물학적·화학적 인자 등 외적 환경인자와 생체의 내적 인자의 복합적 작용에 의하여 발병될 수 있는 비특이성 질환"이라며 "흡연과 관련성이 높은 것부터 흡연과 관련성에 대한 근거가 없는 것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언론보도와 법적 규제 등을 통해 흡연이 호흡기에 암을 비롯한 각종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사회 전반에 널리 인식됐고 흡연을 시작하는 것은 물론 흡연을 계속할 것인지는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법원 선고 후 암으로 숨진 흡연피해자 친형 이모씨는 "생명을 중시하지 않고 피고의 눈치를 보는 정책적 재판"이라고 말했고, 원고측 소송대리인 배금자 변호사는 "1년에 5만8000명을 숨지게 만드는 제품인 담배를 만드는 회사에 면죄부를 주고 기업을 옹호한 판결"이라며 "인고의 세월을 기다려준 피해자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반면 KT&G측 소송을 맡은 박교선 변호사(법무법인 세종)는 "이번 판결이 담배의 제조와 안정성에 대한 논란의 종지부를 찍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두 사건의 1심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3부(당시 조경란 부장판사)는 지난 2007년 “폐암과 후두암이 흡연으로 인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을 담당했던 서울고법 민사9부(당시 성기문 부장판사)도 2011년 2월에 “국가와 KT&G의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며 원고 패소 결론을 유지했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제기된 담배소송은 총 4건으로 모두 원고 측이 패소했다. 이 가운데 1건은 항소 포기로 원고 패소 판결이 확정됐으며 다른 1건은 고등법원에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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