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보안 이대로 좋은가] 금융권 보안사고, 무서운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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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4-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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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1 허술한 보안으로 수익도 잃고 신뢰도 잃고

 

아주경제 장슬기ㆍ이수경 기자 = 잇따라 발생하는 보안사고로 금융권의 신뢰는 추락했다. 특히 1억여건의 개인정보를 유출해 3개월간 일부 업무가 중단된 카드사들은 수익 악화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기에다 고객은 물론 모집인들의 이탈까지 이어지면서 전 금융권에 거센 후폭풍이 불고 있다.

◆ 3개 카드사 영업손실 1000억원 추정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3개월간의 영업정지로 KB국민카드는 영업수익 445억7000만원, 롯데카드는 289억5000만원을 손실 추정치로 전망했다.

NH농협카드의 손실 추정치까지 포함한다면 이들 3개 카드사의 영업 손실액은 1000억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카드사의 손실 추정치에는 수수료 이익, 이자수익, 기타 영업수익 등이 포함된다.

지난해 7개 전업카드사의 당기순익은 대손비용 감소 효과 등으로 인해 전년(1조3056억원) 대비 27.1%(3641억원) 증가한 1조6597억원을 기록했지만 올해에는 정보유출 후폭풍으로 순익 감소가 불가피하다.

앞서 국민카드의 경우 5300만건, 롯데카드는 2600만건, 농협카드는 2500만건의 정보가 유출된 이후 8000여건의 유출이 추가로 확인됐다. 이들 카드사는 5월 16일까지 신규 영업이 모두 중단된 상태다.

신규 고객 유치가 전면 중단되자 가장 큰 타격은 카드모집인들에게 돌아갔다.

당장 수익을 낼 수 없게 된 3개 카드사의 설계사들 중 약 10%는 직장을 옮겼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협회에 등록된 카드모집인 수는 3만3932명으로 한달 전(3만4857명)보다 900명 이상 줄었다.

고객 이탈도 큰 타격이다. 고객 정보유출이 알려진 지난 1월 말, 약 열흘 만에 3개 카드사에서 80만명이 넘는 회원들이 빠져나갔다.

이후 고객정보 대부분이 시중에 유통됐다는 검찰 발표가 나오자 약 1만명에 육박하는 회원이 추가로 탈회했다.

카드 해지의 경우 해당 카드를 사용하지 않아도 고객 정보가 카드사에 남지만, 탈회는 신용카드사에서 완전히 탈퇴하는 것으로 카드사에서 더이상 정보도 보관할 수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정보유출 사건은 규모가 워낙 컸기 때문에 3개 카드사의 손실이 불가피하다"며 "특히 오는 5월까지 신규 회원 유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기 위한 카드사들의 노력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정보유출로 은행 신뢰도 추락

은행 전산망도 안전과는 거리가 멀다. 최근 하나은행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는 범죄에 취약한 은행 시스템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4일 오길영 신경대학교 교수(정보통신법학)의 부인 김모씨는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했다. 사기범들은 김씨 계좌에서 32차례에 걸쳐 약 5000만원의 돈을 빼냈지만 하나은행에서는 거래의 이상 여부를 감지하지 못했다.

통상 은행권은 비정상적인 거래가 반복될 경우 의심계좌로 지정, 지급 정지 등을 시행하고 있다. 하나은행 역시 이러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지만 그간 정상적으로 거래가 이뤄져 의심계좌로 분류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가짜 은행 홈페이지를 이용해 보안카드 번호를 입력하게 하는 방식을 쓰는 파밍이나 메모리 해킹 등으로 개인 금융정보가 빠져나가는 일도 허다하다. 그러나 금융사기 방식이 점차 진화하면서 은행권의 대처도 어려워지고 있다.

시스템만의 문제는 아니다. 업계 종사자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도 한 몫 했다.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지난해 내부직원이 대출자 3만여명의 정보를 대출모집인에게 유출한 것이 적발됐다. 최근 이 정보를 활용한 금융사기가 발생하면서 2차 피해까지 나타난 상황이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외주업체 직원이 대출정보 10여건을 모집인에게 넘겼다.

정보유출 사고가 터진 뒤에야 금융당국은 허술한 정보관리로 피해가 발생하면 CEO 해임도 불사하겠다고 강수를 뒀다. 그러나 직원들의 보안의식 향상과 탄탄한 보안시스템 구축을 기대하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불안은 곧 은행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킨다. 농협카드를 사용중이던 한 소비자는 "과거 전산사고 등 금융사고가 자꾸 발생한데 이어 정보유출 사고까지 터지면서 더 이상 은행을 믿을 수 없다"면서 "주거래은행을 바꾸려고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업은 고객 유치나 유지에 있어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신뢰도 추락에 따른 고객 이탈은 곧바로 수익 악화로 직결되는 만큼 허술한 보안시스템은 시급히 개선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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