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한국은 1995년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부정축재 혐의로 구속 수감했습니다. 이 사건은 부패 척결에 성역이 없음을 보여줬습니다."
시진핑(習近平) 체제가 반부패를 최상위 정책지표로 설정한 가운데 한국과 중국의 반(反)부패 전문가들이 11일 중국 베이징(北京)에 모여 양국의 부패 개혁을 주제로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했다. ㈔포럼오래정책연구원(원장 김병준 국민대 교수)와 중국 국가치리협동창신센터(國家治理協同創新中心ㆍ주임 왕푸취 베이징대 교수)가 베이징대 영웅인재교류중심센터에서 '국가개혁을 위한 2대 과제-반부패·금융개혁'을 주제로 연 한중 대토론회에서다. 이날 모임은 양국이 서로 반부패 척결 경험을 공유하고 효율적인 제도를 배우자는 취지로 열렸다.
한국 측 발제자로 참석한 김성호 전 법무부 장관은 두 전직 대통령의 구속수감에 대해 "이 사건은 부패 척결에 성역이 없음을 보여준 것은 물론 사회적으로 부패 문제에 경각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상세히 소개한 뒤 ▲ 사회적 충격이 큰 지도층 부패를 우선적으로 척결하고 ▲ 부패 통제기구가 정치권 또는 권력층으로부터 독립하고 ▲ 부패에 무관용 원칙을 지키고 ▲지속적이고 일반적인 전 분야에서의 '총력전'을 전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병준 전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부패문제는 국가의 거대권력과 부족한 시장의 자정능력이 결합해 발생하는 측면이 크다"며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사정을 가해서는 부패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투명한 회계시스템, 소비자와 시민사회의 통제력 등을 강화하면서 시장의 자정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정치 체제를 개혁해야 한다는 보다 솔직한 주문들도 나왔다.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의 부패문제는 중국이 걸어온 정치 발전과 관련이 깊다"면서 "지금까지 공산당 지배체제 유지를 위한 '정치 제도화' 중심의 정치발전을 추진해 오면서, 국민의 정치적, 시민적 자유는 상당 부분 제한돼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공산당과 국가간 결합을 전제로 하는 당정 결합이라는 중국정치 특성상 특정 개인으로의 권력 집중으로 인해 인사정책 결정 과정에서 권력남용과 부패, 약탈 국가화 현상은 물론 광범위한 자원낭비와 각종 정책실패 등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중국이 반부패 문제에서 앞으로 법 앞에서의 평등 원칙을 확립하고 금융 및 부동산 거래 실명제, 공직자 재산공개제도 등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진념 전 부총리는 한국 정부가 반부패 청산을 위해 걸어온 역사적인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1987년 정치의 민주화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정부 혁신은 시급한 과제였다"면서 "정부 조직 기능을 줄이고 대대적인 공기업의 민영화, 정부 운영시스템 개혁, 시민헌장 도입, 본격적인 전자정부 추진, 공직의 민간 개방 등을 통해 정부와 시민, 정부와 기업간의 부패요인을 줄이면서 깨끗하고 투명한 정부를 구현하는데 역점을 뒀다"고 말했다.
특히 국세청 발족 등을 통한 과감한 세정개혁과 납세행정 투명화, 공직자 재산제도와 금융실명제 도입, 정치자금법 개정 등을 반부패 투명성 제고를 위한 한국정부의 노력으로 부각하기도 했다.
중국의 반부패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중국의 부패는 (과거) 한국의 부패상황보다 심각하다"면서 중국의 반부패 투쟁이 얼마나 절실한가를 솔직하게 토로했다. 리청옌(李成言) 베이징대 '청렴정치건설연구센터' 주임은 "중국에서는 반부패 문제는 핵 문제보다 더욱 심각한 것으로 국가 존망을 위협하고 있다"며 "(시진핑 체제가 추진하는) 권력을 제도의 새장 안에 넣어야 한다는 생각과 제안은 이전부터 나온 것이지만 18대(당대회)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사정 및 반부패를 총괄하는 중앙기율검사위 직속 기구인 중앙기율검사감찰학원 부원장을 역임한 리융중(李永忠) 국가행정학원 겸임교수는 "중국의 반부패 정책은 지금까지 너무 게릴라전에 치우치고 전면전을 하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정치개혁특구 설립과 당위원회 권력 구조 개혁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특히 당위원회 권력구조 개혁과 관련해 "소련 모델의 당 위원회 체제는 심각한 권력집중을 가져왔다"며 "당대회 상임제를 통해 당권을 삼분해야 한다. 의결기관과 집행기관이 합쳐진 권력구조를 정책 결정기관인 당 위원회와 집행기관인 당 집행위원회, 독립적인 당 기율검사체제로 나눠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번 포럼 개최를 주도한 함승희 포럼오래 회장은 개회사에서 양국의 국가개혁은 시대적 소명이라며 "국가혁신을 논함에 있어 우선 명확히 할 것은 혁신의 대상이 무엇이냐를 정하고 강력한 주도 세력이 있어야 한다"며 양국이 앞으로 부패와 금융 개혁과 관련한 경험을 계속 공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