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이 12일 박원순 서울시장과 동반 산행에 나섰다.
기초선거 무공천 논란이 봉합된 이후 ‘공동 선대위원장직 수락→산행 정치’ 등을 속도전으로 전개하며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한 본격 행보에 나선 모양새다.
특히 ‘경쟁적 협력자’인 안철수 공동대표가 기초공천 정국에서 리더십 한계를 드러낸 직후 문 의원이 이를 놓치지 않고 틈새를 파고들자 ‘문재인식 정치’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합신당 출범으로 야권 내부가 ‘친노(친노무현) 대 비노(비노무현)’ 구도를 넘어 ‘친문(친문재인) 대 친안(친안철수)’ 등으로 분화, 두 대권주자의 주도권 선점이 야권 세력재편의 방향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문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 한양도성 남산코스를 2시간여 걷는 산행길에서 박 시장의 추켜세우는가 하면 국가기관 대선 개입 사태 등을 언급하며 존재감 부각에 나섰다.
6·4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인 서울시장 수성을 통한 입지 다지기와 박근혜 대통령과의 일 대 일 구도를 노린 행보로 풀이된다.
문 의원은 “박 시장이 (2011년 10월 26일 서울시장에) 출마할 때 강력히 권유했고 이후 박영선 의원과의 단일화 과정에도 관여했다”며 “때문에 일종의 AS(애프터서비스) 책임 같은 것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산행 내내 박 시장의 업적인 △복지 향상과 부채 감소 △자치경찰제 등 지방분권 등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실상 ‘박원순 재선’을 적극 돕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이에 박 시장은 “사실 만만치 않은 선거라서 당의 도움이 더 필요하다”면서 “서울이 가장 중요한 지역이니 많이 도와주실 것”이라고 화답했다.
문 의원 산행을 마친 뒤 오찬 자리에선 박근혜 정권 비판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국정원(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 “(이번 선거에서도) 국가기관, 정보기관들이 끊임없이 유혹을 느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또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에 대해선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 시장을 흠집 내려는 시도”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지방선거의 의미와 관련, “박근혜 정부의 불통·독선과 공약을 줄줄이 파기하는 것에 견제해야 한다”며 “그래야 폭주하고 있는 기관에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경고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문 의원은 전날(11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장단 회의에도 “이번 지방선거의 목표는 명확하다”며 “위기에 빠진 민주주의를 구하고 대선 때 약속한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방선거 승리를 통해) 새정치연합을 전국정당, 수권정당으로 키워내야 한다”며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 다 하겠다. 국민들도 우리에게 힘을 모아 달라”고 말했다.
지난 대선에서 친노 프레임에 갇히며 처절한 패배를 맛본 문 의원이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부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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