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부시 대통령과 '동심동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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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4-13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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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워싱턴 특파원 홍가온 기자=사자성어 가운데 '동심동덕(同心同德)'이란 말이 있다.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공동의 목표를 위해 다함께 애쓰고 수고한다는 뜻이다.

중국 고대사에서 주나라 문왕의 아들 희발이 무왕으로 즉위한 뒤 포악한 은나라 주왕을 정벌하려 군대를 이끌고 은나라의 도읍인 조가로 진격할 때 이야기다.

무왕은 군사들의 사기를 높이려고 조가성의 남쪽 들에서 진군의 선서식을 거행했다. 이때 그는 주왕의 죄상을 낱낱이 들어 밝히며 "주왕은 많은 군사와 관리를 거느리고 있지만 마음을 한 데 합하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는 다함께 일치 단결해 하나의 목표로 마음과 덕을 같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왕이 전쟁에서 이긴 것은 당연한 결과다.

이처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중대한 과제가 있을 때 한마음 한 뜻으로 뭉치면 하지 못할 일이 없는 것이다.

미국 정치권을 보면 민주당과 공화당은 시도 때도 없이 으르렁 거리며 싸우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미국 의회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의 갈등, 그리고 민주당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의원들 간의 마찰은 그 어느 때보다 심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런데 얼마 전 참 흐믓한 이야기를 미국 언론을 통해 듣게 됐다. 민주단 정치자금 모금 행사를 위해 텍사스주를 찾은 오바마 대통령 내외를 맞으려 공화당 출신의 90세 노인이 휠체어를 타고 공항에 직접 나온 것이다.

그는 바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아버지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이었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은 대화 내내 부시 전 대통령의 어깨에 손을 얹었고, 미셸 여사는 친딸처럼 손을 꼭 잡았다"고 전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대통령 내외가 내 고장에 오는데 마중 나오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부시 전 대통령의 이러한 모습은 낯선 게 아니라는 분석이다.

워싱턴포스트는 "공화당 전직 대통령이지만 대결 태도를 버리고, 현직을 존중하며, 입을 무겁게 하기 때문에 부시 전 대통령은 미국 전ㆍ현직 대통령의 구심점이자 통합자가 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비록 당은 다르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이민개혁안을 공식 지지했고 지난 해 7월 백혈병을 앓는 2세 아이를 위해 삭발을 감행해 반대파를 끌어들이는 면모를 어김없이 보여줬다.

진정 국민을 생각하고 대의를 생각한다면 당도 명예도 체면도 버릴 마음의 자세가 돼 있어야 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큰 뜻을 이루기 위해선 한마음 한 뜻이 돼야 할 것이다. 특히 나라를 이끌어 나가는 위치에 있는 이들은 국민들의 의중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한 뒤 여ㆍ야가, 그리고 지도자들이 함께 마음을 한 데 모아 올바른 정치를 펴 나가야 할 것이다.

어찌보면 당연한 말이고 쉬운 말처럼 들리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이루기 힘든 부분인지도 모르겠다.

다산 정약용은 관직을 받고 부임처로 떠나는 지인에게 이렇게 말했다. "백성을 다스리는 사람은 네 가지를 두려워 하는데 아래로 백성을 두려워하고 위로는 대관을 두려워하고, 조정을 두려워하며, 더 나아가 하늘을 두려워 한다"고 다산은 말했다.

하지만 다산은 "많은 목민관들이 대관과 조정은 두려워하면서도 백성과 하늘은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백성과 하늘 앞에 떳떳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외국에 나와 있는 동포들은 모국에서 벌어지는 정치 상황에 항상 불안해 하고 걱정이 앞선다. 내 나라에서, 그리고 내 고향에서 안 좋은 일이 벌어지면 어떻하나 하며 뉴스에 귀를 쫑긋 세운다.

이억만리 떨어진 곳에서 한 순간도 조국을 잊지 못하는 동포들은 한국의 정치인들도 미국의 부시 전 대통령과 같이, 그리고 다산이 강조한 바와 같이 백성과 하늘 무서운 줄 알고 대한민국의 안녕과 번영을 위해 다같이 '동심동덕'의 길로 나아가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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